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사업 강화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벤처캐피탈(VC) 계열사 우리벤처파트너스(우리벤처)의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30%가 넘는 프리미엄을 부여하며 다올인베스트먼트(현 우리벤처)를 사들였다. 하지만 소액주주 지분 확보를 위해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가격을 제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벤처 소액주주들은 우리금융의 주식교환 안건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 앞 1인 시위와 트럭시위 등도 검토 중이다. 소액주주에는 개인뿐 아니라 안다자산운용과 유진투자증권, 보고펀드, 메리츠증권 등 전문 기관투자자도 포함돼 있다. 우리금융은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우리벤처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는 투자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손실 확정이 예상되는 이유는 우리금융이 제시한 ‘1대 0.2234440’의 지분 비율 때문이다. 지분 비율의 근거가 된 우리벤처 교환가액이 주당 2675원으로 책정돼 공모가(58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서다. 우리금융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최근 1개월과 최근 일주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가종가 등을 종합해 교환 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4개월 전 우리금융은 다올투자증권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때 웃돈을 붙인 주당 4000원 수준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23일 다올인베스트먼트로부터 우리벤처 지분 52.0%를 2124억9020만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약 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당시 주가에서 30% 넘는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소액주주들이 주식교환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에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제시한 매수가격 역시 교환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주당 2686원이다.
소액주주로 이름을 올린 기관투자자 상당수는 2021년 하반기 우리벤처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할 때 구주를 사들이면서 주주로 합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우리벤처가 요구한 기업가치는 7000억원 안팎이었다. 이날 종가 기준 우리벤처의 시가총액은 2585억원으로 이미 60% 넘는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오는 21일 예정된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 중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지 못한다면 주식교환 안건이 무산될 수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이 우리벤처 지분 55.54%를 가진 데다, 9% 수준의 우호 세력도 가진 것으로 알려져 표 대결로 뒤엎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벤처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VC에 투자한 것인데, 금융지주사 주식으로 바꾸면 당초 투자 의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선매수권 가격도 낮아 우리금융의 결정으로 소액주주들이 강제로 손절을 해야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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