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공무원·교원·공공기관) 단체협약 실태를 파악한 결과 10개 기관 중 4곳 정도는 불법이거나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에 나설 방침이다. 노동계는 “정부 판단은 노동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공공부문 479개 기관의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 179개(37.4%) 기관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관유형별 법 위반 비율은 공무원 82%, 교원 14.3%, 공공기관 13.2%였다. 공무원노조법에는 정책결정, 기관 관리·운영 등 ‘비교섭사항’이 규정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한 공무원 단체협약에는 인사위원회에 노조 추천 외부인사를 포함하도록 하거나 성과상여금을 집행하기 전에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공무상 재해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근거해 판단해야 하지만 조합활동 중 질병·사고 등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 공무상 재해로 간주하도록 단체협약에 규정한 곳도 있었다.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해 뒀다. 최저임금을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월 80만원으로 규정하거나, 조합원이 1년 이상 근속해야만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한 사례도 적발됐다.
135개 기관(28.2%)의 단체협약에는 불법은 아니더라도 노조나 조합원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등 불합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활동에 방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채용을 금지하는 교원 단체협약이 대표적이다. 또 48개 공무원·교원 노조 중 6개 노조에서 노조법 위반 규약이 발견됐다고 고용부는 전했다. 위원장·사무총장을 제외한 임원을 위원장이 추천하도록 규정한 사례 등이다.
고용부는 불법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공부문은 교섭해선 안 되는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법에 규정돼 있다”며 “국회나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의 권한을 제한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법은 최소한의 기준이고 단체교섭과 협약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기본”이라며 “임금, 노동조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에 대해 노조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노사 단체협약에 행정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ILO 권고를 정면 위반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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