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업종별 특수성을 담은 단서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라지면서 사각지대에 포함되는 업종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 거래의 원재료 가격 변동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하도급 대금의 10%를 차지하는 원재료가 적용대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을 개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의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의 하도급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하도급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개악됐다. 정무위원회 통과 때만 해도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별도의 완화된 비율을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하도급 대금의 10%를 차지하는 원재료가 많지 않은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구체적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만들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 단서조항은 지난달 27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당시 법사위 소위에 출석했던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업종별 주요 원재료 비율을 어떻게 달리 적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추후 하도급 거래 실태 조사를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의견을 피력했어야 할 공정위가 단서조항 삭제에 동의한 것이다. 하도급법이 기존 취지를 반영하지 못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제는 단서조항이 사라지면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받는 중소·중견 기업이 감소해 실질적으로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신축공사를 진행한 A건설사의 경우, 하도급 대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재료인 알루미늄폼의 구성비가 5.9%에 그쳤다. 복선전철 터널 및 구조물공사를 진행한 B건설사도 마찬가지다. B건설사의 하도급 대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숏크리트(콘크리트를 압축공기로 시공 면에 뿜는 콘크리트)의 비중은 하도급 대금의 7.7%에 그쳤다.
건설업은 시공에 필요한 건설자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단일 품목의 가격이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A사는 115개의 자재를, B사는 376개의 자재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12일 “법안 통과 지연으로 연동제 도입을 지연시키기보다는 신속한 시행·정착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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