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았다가 항소심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자신의 부주의와 업무 태만으로 재판에 지고도 의뢰인에게 이 사실을 5개월 동안 숨겼다. 권 변호사는 물의를 빚자 유족에게 9000만원을 주겠다는 일방적인 각서를 쓰는 대신 사과문은 거부했다. 변호사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무너지는 충격적인 일이다. 대한변협은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원도 변호사들의 불성실 변론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법률대리인들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권 변호사의 변론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권 변호사는 1심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내고도 항소심에서는 6개월 동안 세 번이나 열린 변론기일에 한 번도 법정에 나가지 않았다. 항소이유서도 재판부의 독촉을 받고서야 5개월 만에 제출했다고 한다.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유족들은 패소했고, 1심 결과가 2심에서 뒤집히면서 유족들이 받을 손해배상금 5억원도 날렸다.
변협은 1996년 변호사징계권을 법무부로부터 이관받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2018년까지 10년간 성실의무위반으로 징계받은 변호사 83명 중 정직은 5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대부분은 과태료 부과나 견책이었다. 변협이 4년마다 내놓는 징계사례집에 따르면 불성실 변론 등 성실의무 위반 사건은 50건으로 전체 징계의 9.2%나 된다. 항소이유서 미제출, 법정 불출석 등 불성실 변론으로 의뢰인들의 민원을 야기하는 변호사들이 권 변호사 말고도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변협이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다면 자체 징계권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재발 방지책 차원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소송 이행 과정과 결과를 즉각 알리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법원도 변호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당사자가 법정에 나타나지 않거나 변론을 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재판부는 당사자의 의사를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불성실 변론이 사법시스템의 불신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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