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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겪은 아픔이 약 됐다… 멘티 마음까지 보듬는 이들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베테랑 멘토 권용수·모유진씨

기아대책 ‘마이리얼멘토단’으로 활동하는 자립청년 권용수(왼쪽)·모유진씨가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이든아이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검지·중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몸짓은 스스로 자립한다는 의미다. 이한결 기자

권용수(26) 모유진(27)씨는 사회적으로 안착한 자립청년들이다.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수년간 멘토링한 ‘베테랑 멘토’로, 현재 기아대책 ‘마이리얼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일 늦은 오후 서울 성동구 이든아이빌에서 만난 이들은 하루 종일 멘티인 보육시설 학생들과 동물원에 가고 영화도 보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기아대책은 자립준비청년 또는 보육시설 아동과 일대일로 멘토링하는 ‘마이리얼멘토’와 ‘문화활동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활동 멘토링은 단체생활에서 문화생활을 경험하지 못하는 멘티들과의 문화활동을 지원한다. 권씨는 “오늘 문화활동 멘토링을 처음 시작했다. 멘토 5명과 멘티 5명이 함께 움직이면서 멘토·멘티 간 일대일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멘티들에게 ‘우리도 보육원 출신’이라고 하니 뭔가 편해진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멘토 만나니 컬러TV 보는 느낌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권씨는 보육시설을 퇴소한 뒤 전기작업자로 일했다. 20대 초반의 기억은 외로움과 공허함 속에 방황한 시간으로 점철돼 있었다. 하지만 2019년 보육시설 선배인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와 재회한 뒤부터 숨통이 트였다. 자신의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멘토와의 만남을 ‘흑백TV를 보다 컬러TV를 본 느낌’으로 비유했다.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서적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권씨는 “브라더스키퍼 활동에 참여하면서 회복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0년부터 브라더스키퍼 등 여러 단체에서 진행하는 자립준비청년 멘토링에 참여했다. 1년에 서너개 멘토링을 동시에 한 적도 있었다.

브라더스키퍼에서 조경사로 일하는 그는 지난해 7월부터 멘티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마이리얼멘토’ 활동도 한다. 그는 “멘티와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양궁 사격 등 외부 활동도 하는 편”이라고 했다. 멘티에게 필요한 방대한 정보 중 필요한 소식을 꼭 집어 전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멘티에게 동네 형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멘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방향을 찾아주고 싶다”고 전했다.

네가 겪은 아픔 나도 알아

열한 살 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위탁가정에 맡겨진 모씨는 대학 입학과 함께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생활비를 벌려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불안함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모씨는 “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컸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성악을 전공한 모씨는 그동안 여러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글쓰기를 좋아해 책도 출간한 그는 현재 디자이너로 일한다. 이 같은 경험은 비슷한 분야에 관심 있는 멘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접촉점이 됐다. 모씨는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다 2021년부터 기아대책 ‘마이리얼멘토’에 집중하고 있다. 그때 연결된 한 멘티와 꾸준히 연락하며 정기적으로 만난다.

이달 초에는 멘티, 멘티의 친구들과 바다 여행을 다녀왔다. 모씨가 어릴 때부터 겪은 고난과 사회적 경험은 멘티를 진심으로 공감하도록 돕는 약재가 됐다. 모씨는 “멘티가 학창 시절에 경제적 여건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고 싶었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멘토링을 통해 자신의 멘티가 고립되지 않고 사회와 연결되길 기대했다. 그러면서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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