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무더기 반란표 사태와 측근 사망 사건으로 리더십 위기에 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껴안기’로 난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내 ‘공천 학살’ 우려를 감안한 듯 내년 총선 공천제도 논의를 비명계 의원들에게 맡기고,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는 비명계 공격을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14일 민주당 ‘2024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 참석해 “당내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공천 과정이 가능하면 축제의 과정, 당세가 확장되고 국민 지지를 추가로 늘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제도 TF는 11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비명계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비명계가 계속 주장하는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TF 인사를 통해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공천 문제를 고리로 비명계에 확실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당원존 라이브’ 방송에서도 비명계를 향한 구애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생각이 다르다고 색출하고 청원해서 망신주고 공격을 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는데, 당의 단합을 해친다. 집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이라며 “조금 달라도 수용하고 같은 점을 보면서 더 벌어지지 않게, 동지에 대한 증오심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어 “체포동의안 표결도 저는 무효·기권하신 분들의 충정도 이해한다”며 “평소 충분히 얘기하고 웃통 벗고 멱살 잡고 싸울 수 있는 상황이라도 있었다면 불신·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제 부족함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최근 비명계 등 당내 의원들을 만나면서 본인의 진의와 관계없이 본인 중심으로 당이 움직이는 것으로 외부에 비치는 점에 대해 반성이 있었던 것 같다”며 “어떤 메시지를 줘서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선배 대표들은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선당후사하는 정치로 자신을 먼저 버렸다”며 이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이날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 참석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를 결의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사퇴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의원들은 있었다”면서 “다만, 시기나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거취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얘기가 없었고,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환 박장군 신용일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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