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두 회사에 줬던 중국 공장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 유예 조치를 종료하는 걸 넘어, 생산 규제까지 나설 가능성이 커져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탈(脫) 중국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경제안보포럼에서 “현재 한국 기업에 적용 중인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칩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경우 첨단기술 수출 시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 특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생산시설이 외국 기업 소유인 경우 개별 심사를 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동맹국’으로 분류된 한국 기업에게는 조치가 1년 유예됐다.
미국 정부가 두 회사에 예외 없는 제재를 적용하면 중국 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한도’ 발언은 ‘더 진전된’ 제품을 만들 수 없도록 생산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규제가 현실화되면 두 회사는 최첨단 장비를 반입할 수 없게 된다. 기존에 운영하는 장비의 유지·보수도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제품의 성능이 떨어지면서 경쟁사들에 뒤처질 게 뻔하다. 장기적으로 중국 공장을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생산 공장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내외를 망라한 신규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여러 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필수불가결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신중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관련 규제가 생기면 전 세계적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건 아니니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