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장려팀 만들고 난임시술 지원·젊은층 일자리 올인

대한민국의 지방소멸은 이미 현실이다. 시골마을과 섬은 젊은이들이 떠난 지 오래다. 젊은이가 떠난 마을엔 아이가 없다. 떠난 곳엔 오직 노인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지역의 성장동력은 고갈된 지 오래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인구 유입, 젊은층 정주여건 향상, 양육 환경 조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난다. 지역의 새로운 도전이 인구 정책의 새로운 전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방소멸의 가장 중요한 해법 중 하나는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이다. 유입 인구가 젊은 세대일 경우 이들이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

2019년부터 추진된 경북도의 ‘이웃사촌 시범마을 사업’은 청년층 유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북도는 지방소멸 위험지역이던 의성군 안계면에 청년 일자리·주거단지·복지체계 등을 모두 갖춘 혁신청년마을을 만들었다.

사업의 핵심은 일자리였다. 경북도·의성군은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마을 일자리뉴딜, 시골 살아보기 사업 등을 지원했다. 청년요리사가 의성에 레스토랑을 창업하거나 캠핑카를 활용해 농가를 홍보하는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이 그 예다. 이 사업이 인구감소 극복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자 경북도는 올해 영천시 금호읍, 영덕군 영해면에 이웃사촌 시범마을 2곳을 더 만들기로 했다.

전남도는 올해 ‘전남형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청년마을 10곳을 조성키로 했다. 도내 청년단체와 청년기업인을 대상으로 주거·커뮤니티 공간 조성, 지역살이 등 청년프로그램,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한 청년 창업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진행한다. 진도군은 올해 전 부서 기관·단체·사업체가 책임 전입목표제를 추진한다. 숨은인구 찾기 일제조사, 찾아가는 주소이전 서비스도 운영한다.

경남도는 취업 강화를 통해 지역인재를 붙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략산업인 항공·방산·원전 산업과 연계해 우수인재를 지역기업에 취업시키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분야별 지역인재 육성특별팀을 만들어 기업·대학·연구기관 등과 함께 우수인력 유치 및 지원책을 마련했다.

귀농·귀촌인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 횡성군은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자금 지원, 귀농귀촌 종합학교 운영, 귀농귀촌인 및 지역민 포럼, 귀농귀촌 가이드북 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양구군은 귀농·귀촌인들의 소득 안정과 정착률 향상을 위해 6월부터 친환경농업 홍보관을 운영한다. 경남 밀양시는 귀농·귀촌 가정에 지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모은 가이드북, 청정 농산물 꾸러미가 담긴 ‘웰컴박스’를 선물한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역시 지방소멸 대책이 될 수 있다. 대구 달서구는 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지역 청춘남녀 만남을 적극 주선하고 있다. 달서구는 2016년 7월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만들어 만남 행사와 결혼문화 확산 홍보·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결혼장려팀 출범 이후 최근까지 달서구가 직접 주관한 만남 행사에서 12쌍, 민관협력 행사에서 136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난임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난임시술비 지원 대상을 모든 난임부부로 확대했다. 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대상의 소득제한 기준도 폐지했다.

충남도 역시 남성의 난임진단서에 ‘남성 요인’이나 ‘원인불명 사유’가 포함돼야 했던 지원 조건을 삭제했다. 치료기간 역시 올해부터는 남녀 모두 실치료기간 3개월에 관찰기관 1개월로 완화했다.

양육 환경은 젊은 세대의 지역 정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만 5세 이하 전원 무상보육체제를 도입했다. 영유아 교육비 부담을 최대한 없애고 출산율은 높이려는 취지다. 추가로 0~2세를 포함한 ‘광주형 무상보육’도 추진 중이다.

충북 단양군은 신생아 출산 시 출생신고자가 원할 경우 시내에 축하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출생신고 때 기념품 배부, 축하 현수막 게시뿐 아니라 출산축하금도 지급한다.

제주도는 일회성으로 지원하던 출산장려금을 2021년부터 5년으로 확대 지원하고 있다. 12개월 이상 제주에 주소를 둔 도민이 둘째 자녀를 출산(입양)한 경우 연 200만원씩 5년간 총 1000만원을 받는 육아지원금이나 같은 기간 280만원씩 총 1400만원을 받는 주거임차비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다. 울산시 역시 올해 모든 출산가정에 산후조리비 50만원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과 관심지역 18곳이 지방소멸·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했다. 지방소멸기금은 연 1조원 규모로 10년간 지원된다.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인구감소지역에는 최소 112억원이, 관심지역에는 최소 28억원이 배분된다.

지난해 최대 배분금액을 받은 지자체는 인구감소지역 중에 충남 금산, 전남 신안, 경북 의성, 경남 함양이었다. 관심지역 중에선 광주 동구가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행안부는 통근·통학 등 체류인구까지 인구로 정의하는 ‘생활 인구’ 개념도 도입할 예정이다. 생활인구는 올해 일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산정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정된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시행됐다. 1인당 연간 500만원 이내로 기부가 가능하고,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홍성=전희진 기자, 전국종합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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