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기자의 신앙적 생각] 왜… 신앙인이 모진 역경을 겪을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언젠가 ‘인간극장’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우연히 시청한 적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방송된 내용은 세 아들을 홀로 키우는 한 아버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한참을 시청하다 ‘그런데 세 아들의 어머니는 어디 있지’라는 의문이 들던 찰나,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라는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슬픈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앙적으로 시험에 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들이었다. 일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 가는 것은 물론 집안에서 꾸준히 가정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친척 중에서 개척교회를 하는 목회자도 있었다. 자연스레 ‘신앙인인데 왜 이처럼 모진 역경을 겪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거세게 밀려왔다. 이는 기자가 오래전부터 가졌던 의문이며, 친한 친구를 대상으로 한 전도를 가로막았던 대표적인 장애물이기도 했다. 새삼 불거진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신앙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가까운 사이인 한 목회자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한 기회에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했다. 출입처였던 한 단체의 장을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었다. 이분은 그동안 남부러울 것 없는 이력을 쌓아왔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역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에게도 가슴을 후벼 파는 고난이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어린 나이에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분에게도 신앙적으로 시험에 드는 순간이 뒤따랐던 것이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분은 끝내 시험을 극복했다. 되레 역경을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됐고 더 굳건한 신앙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할 때에는 교만하기 쉬웠으나 역경을 겪으며 낮아졌다. 그 순간 온전히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고백으로 들렸다.

이틀 뒤에 또 다른 분을 만났다. 이름만 들으면 대부분 사람이 알 만한 가수였다. 이 화려한 가수의 삶에서도 고통스러운 역경이 있었다. 오래전에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났다. 가수의 생명인 목 부위에 심한 손상이 생기는 등 후유증도 매우 컸다. 앞선 분처럼 이분도 처음에는 신앙적으로 시험에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더 굳건해진 신앙을 가지게 됐다. 심지어 이전에는 주로 세상적인 노래를 불렀지만 사고 이후에는 신앙적인 노래들도 많이 만들고 부른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을 면전에서 접한 후 기자의 마음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역경은 단순히 재수 없는 불행이 아니었다. 삶을 성찰하게 하고 신앙을 성숙하게 만드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들의 높아진 마음을 낮아지게 하고 더 가까이 다가오게 만들기 위해 역경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점이 바뀌다 보니 앞으로 언제든 엄습할 수 있는 역경에 대한 두려움도 점차 사라지게 됐다. 나아가 성경에 나오는 한 말씀대로 살아갈 마음을 가지게 됐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3~4)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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