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프레임은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서 걸러 낸 미국산 자전거 프레임은 사뭇 달랐다. 겉보기에는 다른 해외직구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스티로폼과 비닐, 상자로 둘러싸인 검정 프레임이었지만 속은 꽉 차 있었다. 세관 직원들이 들여다본 프레임 안에는 하얀색 필로폰이 있었다. 이 필로폰의 무게는 12만명가량이 동시 흡입할 수 있는 양인 3581.6g이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한국에서 팔리는 필로폰의 g당 가격은 450달러(약 55만원)다. 시가로 161만1720달러(약 19억7113만원)가 자전거 프레임을 포장재삼아 한국에 들어올 뻔했던 것이다.
포장재를 활용한 마약 밀수는 식품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관세청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은 지난해 7월 국제항공우편을 통해 국내에 반입되는 커피·시리얼 제품 속 마약을 적발했다. 이 안에는 빨간색 알약 형태의 ‘야바’ 2만2823정이 들어 있었다. 이는 약 1만5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미친 약’이라는 뜻의 야바는 필로폰에 카페인 등을 섞은 마약이다. 필로폰보다 저렴한 탓에 최근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에서 성행한다고 한다.

항공편과 선박을 통한 마약 유입도 늘고 있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마약 적발 건수는 771건으로 2021년(105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적발 중량 규모(624.5㎏)로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대부분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해 들여오다 적발된 것이었다. 적발된 전체 마약 유입경로 중 이 두 경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94%(중량 기준)였다. 항공 여행자를 통해 소량씩 운반하기보다는 프레임 등 기상천외한 수법을 활용해 대규모로 유입하려는 사례가 많았다.
신종 마약 유입도 증가세다. 지난해 적발 중량을 보면 개별 품목으로는 필로폰이 261.9㎏으로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는 마약류를 모두 합친 규모는 266.8㎏으로 필로폰보다 더 많았다. 이 안에는 최음제로 알려진 ‘엑스터시’(MDMA) ‘러시’ 또는 중국산 향정신성의약품인 ‘거통편’,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마취제인 케타민 등이 포함돼 있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한국은 8년 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고 이제 마약 소비국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마약 문제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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