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팝의 여왕’ 샤키라(46)가 올 초 발표한 신곡 ‘비사랍 뮤직 세션스 #53’은 유튜브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 6300만건을 돌파, 라틴 음악 신기록을 세웠다. 내용이 더 화제다. 10여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지난해 헤어진 스페인 축구선수 헤라르드 피케(36)를 저격했기 때문이다. 피케가 23세 여대생과 불륜을 저질러 이별하게 되자 “너는 롤렉스를 내주고 카시오를 챙겼어”라고 꼬집었다. 재치 있는 디스곡에 팬들이 환호했다.
디스곡은 무례·결례를 의미하는 disrespect의 준말 디스와 노래의 합성어다. 샤키라의 예처럼 요즘에는 장르를 넘나들지만 통상 힙합에서 랩으로 특정 상대를 비난하는 걸 뜻한다. 1984년 미국 가수 록산느 샨테와 힙합 그룹 ‘U.T.F.O’가 상대 비난곡을 부른 게 힙합계 최초 디스전(戰)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김진표가 1998년 ‘진표생각2’에서 디스곡 서막을 열었다. 김진표는 앨범 ‘웨스트 사이드’를 발표한 유승준을 향해 “얼어죽을 웨스트 사이드, LA 가서 빨래나 해”라 했고 유승준은 ‘스로우 유어 핸즈 업’에서 “난 랩 안해도 잘먹고 사네 JP”라고 응수했다.
디스곡은 초기엔 화려한 기교와 재치 있는 가사로 이목을 끌었다. 아이돌 가수와 대형 기획사를 공격하고 사회고발성 내용을 담을 때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팬도 많았다. 하지만 점점 풍자보다는 자극적 노랫말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몇몇 여성 래퍼들은 성희롱성 디스곡 타깃이 되곤 했다.
새해 벽두부터 디스곡 싸움으로 시끄럽다. 래퍼 플리키뱅이 래퍼 노엘의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비꼬는 ‘SMOKE NOEL’을 발표하자 곧바로 노엘이 ‘강강강?’이란 맞디스곡을 냈다. 그런데 “전두환 시대였다면 니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이라는 가사가 문제였다. 노엘 아버지가 여당 핵심 장제원 의원이기에 논란이 커졌다. 예전 같았으면 아버지 힘으로 어떻게 했을 텐데라는 식으로 들려서다. 아들이 힙합계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디스한 꼴이 됐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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