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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心’에 기대는 국힘 전대… 너무 티나면 역풍 맞는다

역대정권 대통령-여당 관계 보니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당대표 선출 시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 즉 ‘당심’과 ‘민심’을 어느 정도로 반영하느냐를 놓고 셈법이 다른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계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중, 즉 윤심(尹心)의 향방을 주시하는 당권 주자들의 경쟁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집권 초기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확고한 친윤 인사가 당대표가 되지 않는다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에 공격받으면서 여당까지 등을 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2024년 총선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친윤계의 당권 장악은 필수적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집권 초기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 몸’으로 움직일 때 시너지 효과를 내며 순항했다. 다만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우에는 대개 역풍이 불고 계파 갈등이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도 전당대회에 ‘윤심’을 지나치게 드러낸다면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대 룰 놓고 계파 갈등 조짐

당대표 선출 방식(전당대회 룰)을 두고 친윤계는 현행 7대 3인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9대 1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의 의중이 당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당심 반영 비율을 높여 친윤 인사들에게 유리한 판을 깔겠다는 것이다. 김기현 권성동 의원 등이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발하는 당권 주자들도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에서 “9대 1 또는 (권 의원이 주장하는) 10대 0은 역선택 방지가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층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KBS라디오에서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 세력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룰을 바꾼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안 의원은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에도 가입했지만 당내 입지가 좁아 당심 비율을 높이는 룰 변경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뚜렷한 비윤계인 유 전 의원도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내 지지 기반보다는 대중적 인지도와 중도 확장성에 기대고 있어 룰 변경에 반대한다.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윤심에 가까이 있다고 외치고 있다. 김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고 민심이 어떻다고 말씀드리기도 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안 의원도 “(저는) 윤석열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사람을 비윤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한몸’일 때 순항

당정 관계가 긴밀해야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잡음이 최소화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선거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그런 사례다.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적폐청산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추 대표는 친문(친문재인)을 등에 업고 당대표로 선출된 만큼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거나 당의 분란을 야기하지도 않았다. 이후 당대표로 당선된 원조 친노(친노무현) 이해찬 대표(2018년 선출)와 문재인정부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대표(2020년)도 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원했다. 이들은 단일대오를 이뤄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원활한 당정 관계를 위해 자신의 측근을 당대표로 미는 등 전당대회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역풍과 계파 갈등을 불러왔다. 박근혜정부 때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집권 초기 황우여 대표 체제에서 비교적 순항했으나, 201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김무성 대표가 당선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당대표로 밀었던 친박 좌장 서청원 전 의원은 당대표가 되지 못했다.

2015년 2월 원내대표 선거 결과 김무성·유승민 ‘비박 투톱’이 당을 이끌게 됐다. 그해 6월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을 언급했고, 이후 13일 만에 유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옥새 파동’으로 계파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14년 박 대통령이 밀었던 서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지 못하고 당정 관계가 악화되면서 정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결국 계파 싸움으로 2016년 총선에서 패배하고 탄핵과 정권 교체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

당정 관계의 주도권은 여론의 향방에 달려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당정 관계가 순항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는 얘기다. 지지율이 높을수록 대통령이 국정 운영 동력을 갖게 되고 여당은 자연히 이를 뒷받침하는 데 힘쓰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시절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지 않으니 여당도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없었다”며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도 컸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심이 당권에 어떤 형태로든지 상당히 작용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면서도 “윤심이 전당대회에 과도하게 작동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윤심이 억지로 작동해 친윤 인사를 당대표로 만들 경우 결국 총선 공천을 친윤이 휘두른다는 사인 아니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유승민 의원 등 비윤 인사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당은 내분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이상헌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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