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서 작은 커피전문점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장이현(42)씨는 우유값 인상 소식에 “지금이 가장 큰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이익이 크게 줄었는데, 흰우유 가격 인상으로 또 큰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장씨는 “코로나19도 버텼는데 지금은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될 정도”라며 “1인 카페로 운영 중이라 인건비도 더 줄이지 못한다. 더 많이 팔아도 남는 게 더 없으니 노동력만 갈아넣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유 가격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오르면서 유업체들도 우유값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도 연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원두, 밀가루 등 다른 원자재값도 치솟은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7일부터 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대형마트 기준 흰 우유(1ℓ) 가격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로 오르게 됐다. 생크림과 버터 가격도 각각 10%, 7% 비싸졌다. 같은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역시 흰 우유(900㎖) 출고가를 평균 8% 올렸다. 이번 인상은 지난 3일 낙농진흥회가 올해 원유 가격을 ℓ당 52원 올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우유 가격 인상은 외식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제품이 들어가는 커피, 빵 등의 가격도 인상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 매장에 타격이 크다. 대량 유통 계약을 맺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 카페는 우유 제조업체 대리점으로부터 소량으로 물건을 납품받아 가격 인상 대응에 취약하다. 지난 17일부터 대리점들은 우유 도매가 100~200원, 생크림 400~1000원 등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인천 서구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서울우유에서 가장 저렴한 365 제품(900㎖)을 1800원에 납품받고 있는데 이번에 가격이 오른다고 대리점에서 연락이 왔다. 올해에만 두 번째인데 가격이 올랐다고 안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더 저렴한 우유를 찾아 발품을 팔거나 수입산 멸균 우유로 대체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회장은 “자영업자들은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에 한해선 어쩔 수 없이 메뉴 가격을 올려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문수정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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