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용의 전국 모델도시다. 2018년 9월 발행을 시작한 뒤 지난해까지 1조4610억원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4700억원에 이어 올해도 3720억원 어치를 발행해 지역 소상공인과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지역경제에 찬바람이 불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보조금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갑작스런 보조금 전액 삭감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선 시 군은 관련 예산을 떠안는 부담 뿐 아니라 소비 위축으로 골목상권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1일 기획재정부의 지역화폐 보조금 지원 전면 중단 계획 발표 이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역화폐 발원지로 꼽히는 전북지역은 충격이 크다. 전북 지자체들은 올해 1조5720억원에 이르는 지역화폐를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지만 내년부터는 축소를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전북은 지난해 889억원에 이어 올해 456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발행 규모(5조원)가 가장 큰 경기도와 31개 시 군은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올해 106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으나 내년부터는 이를 모두 도와 시·군이 나눠 부담하게 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정부가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이러한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경제 침체로 연결돼 민생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는 3개 시 군을 제외한 15개 시·군이 한해 214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으나, 내년에는 국비 지원분을 전액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일단 지방비 부담액을 더 늘려서라도 지역화폐 발행액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다. 충남도 관계자는 “예산 삭감이 확정돼도 각 시·군이 지역화폐를 바로 폐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자체들은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경기 회복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을까 걱정하고 있다. 각 시 군은 “단순 보조금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소비 위축과 골목상권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소비촉진 효과가 큰 데다 주민들의 호응 또한 높은 만큼 차질없이 발행돼야만 한다고 본다”며 “전국 시·도와 함께 정부에 지속적인 국가 보조금 지원을 촉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의정부 춘천=김용권 박재구 서승진 기자 y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