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8월 말부터 9월 초는 생활필수품부터 패션, 전자기기 등 모든 상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빅세일’ 기간이다. 그런데 올해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년에 비해 할인율을 훨씬 더 높여도 소비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고된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업종 기업들이 모두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전자기기 전문 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이미 지난달부터 매출 하락에 고전 중이다. 지난달 베스트바이에서 팔린 전자기기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베스트바이 경영진은 매출 하락 원인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가격이 오른 생필품과 자동차 연료를 사는 데 쓰느라 새로운 전자기기를 살 돈이 없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의 제프 제닛 최고경영자(CEO)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수입이 남아도 옷과 신발, TV를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구형을 계속 쓰기로 결정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소비자들이 ‘자린고비’로 변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계속 더 짙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가 크게 오르자 이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고, 기준금리가 오른 만큼 은행금리, 주택모기지 금리까지 오르니 여윳돈이 생긴다 해도 앞으로 어찌 될지 몰라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택 구입자 대부분은 모기지를 통해 평생 주택구입자금을 이자와 함께 금융기관에 갚아야 한다.
신문은 “연준을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달 들어 주춤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경제 전체가 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 서민들의 재정건전성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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