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전격 자진사퇴했다. 지난달 5일 공식 취임 후 34일 만에 부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국무위원 사임이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놓고 빚어진 혼선이 박 부총리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박 부총리가 형식적으로는 자진사퇴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적쇄신 요구를 수용하고,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박 부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박 부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총리는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친 이후 첫 출근길 문답에서 박 부총리 교체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 자진사퇴 이야기도 나오는데, 인적쇄신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며 “이제 바로 일이 시작되는데 그런 문제들도 (집무실로)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제가 국민들께 해야 할 일은 국민들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여름휴가 기간 민심을 청취하면서 박 부총리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대로 떨어진 지지율 반등을 위한 카드로 사실상 박 부총리를 경질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 부총리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사퇴는 기정사실로 여겨졌지만,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이 여권 핵심부에서 나왔다. 그러나 시간을 끄는 게 여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압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식물 장관, 투명 각료로 전락한 박 부총리의 사퇴 정도로는 돌파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께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적 인적쇄신으로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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