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공지능(AI) 칩을 설계하고 제조하는데 핵심적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 전문 매체 프로토콜은 백악관이 최근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를 상무부에 지시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로토콜은 “이들의 목표는 AI 앱을 만드는 중국 기업들에게 설계 도구 판매를 막는 것”이라며 “상무부는 지난 수개월 동안 EDA 소프트웨어 수출 금지를 위한 검토를 해왔으며, 향후 몇 주 내로 이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DA 소프트웨어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를 이용한 것으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반도체를 설계해서 삼성이나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로 보내는 엔지니어들에게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EDA 소프트웨어는 현재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등 미국 테크 회사들이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요 고객은 중국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분기 케이던스와 시놉시스의 매출액 중 각각 13%, 17%를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이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함에도 백악관이 수출 금지 조치를 하는 데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윌리엄 라인슈 전략국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은 반도체 주요 기술에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미국의 시도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미국이 이기기 위해서는 더 빨리 달리거나 중국을 따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국내외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달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칩스앤사이언스법’을 승인했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연구 투자 등을 위해 2800억 달러(363조5000억원)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칩4)도 추진 중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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