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당 지도부 체제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내부총질’ 문자유출 사태로 흔들리는 ‘권성동 원톱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석열정부와 함께 동반하락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저희(국민의힘)가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내 관심은 배 최고위원의 사퇴가 다른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이어질지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최고위원회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 당 지도부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대위가 구성될 경우 현재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는 종료된다.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쏟아졌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30여명은 공동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당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 의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시키고 윤석열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에는 연일 당 지도부의 실수와 내분이 보도되고 있다. 원내대표가 잇달아 3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권 대행을 직격하기도 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도부 체제 전환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총이 열리고 권 대행이 재신임을 받지 못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 요건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 7명인 최고위원 총원 중 4명이 사퇴하면 된다는 의견과 최고위원 전원사퇴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동시에 나오는 중이다.
권 대행은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공정한 나라’ 창립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과거 전례는 최고위원이 총사퇴한 이후에 비대위가 구성이 됐고,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사퇴’만으로 비대위 요건이 충족된다 해도 배 최고위원 외에 추가로 사퇴할 최고위원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당 지지율은 또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6%로 집계됐다. 전주(7월 셋째주)보다 3%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3%에서 36%로 상승하며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따라잡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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