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일부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5일엔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말하며 경찰의 집단반발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강경한 어조로 경찰국 신설 이슈에 직접 개입했다. 윤 대통령이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 6월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문답에서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치안 관서장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그 최종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와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 내 집단행동을 ‘쿠데타’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이 장관의 표현은 아마 그러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과 정부는 경찰대 출신들이 이번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장관도 전날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직접 겨눴다. 윤 대통령이 행안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경찰의 인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 전체에서 순경 입직자가 96.3%인데 비해 경무관 이상에서 순경 출신은 2.3%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인사 불공정을 해소하라”고 지시했다.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8월 2일 공포·시행된다.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전국 현장팀장 회의’는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돼 추진된다. 팀장 회의를 처음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며 “전체 경찰 의견을 청취하고자 회의 참석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고 했다.
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가 된 류삼영 총경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질서를 교란하는 쿠데타적 행위”라고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을 맞받아쳤다.
다만 류 총경은 이날 오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찰관이 모임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며 경찰 전체회의를 자제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총경(서장)회의 이후 경찰국 설치 및 지휘규칙 신설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향후 국회에서도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문동성 김판 기자 theM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