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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상 의지 부족한 與, 단독 원구성 협박하는 野

국회가 21대 하반기 원구성을 못한 지 한 달이 됐다. 지난달 29일 이후 의장단과 상임위원회가 없는 개점휴업 상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협상은 진전이 없다. 오히려 파행이 장기화될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달 말까지 국민의힘이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7월 1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국회 의장단을 단독으로 선출하겠다는 압박이다. 170석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는 1987년 개헌 이후 원구성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다. 합의의 전통을 깬 것이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2년 전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회의장은 물론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12대 후반기 국회 이후 33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민주당이 내세운 명분이 ‘일하는 국회’였고, 쟁점도 법사위원장 자리였다. ‘일하는 국회’의 결과물은 전 국민이 이미 체감했다. 민주당이 다시 단독 원구성 얘기를 꺼낸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여당인 국민의힘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 협상책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필리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국회가 원구성조차 못한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외국에 특사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 설득보다는 민주당 비판에 힘을 쏟아왔다. 이러니 국민의힘이 국회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원구성 협상은 늘 쉽지 않았다. 그래도 협상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의석이 많다는 이유로 단독 원구성을 압박해서도,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아도 곤란하다. 타협이 불가능하지 않다. 서로 과거의 합의를 지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합의대로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 게 순리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 역시 지난 4월 국민의힘이 합의했던 내용이다. 검수완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절차를 고려해 합리적인 타협안을 마련할 여지가 있다. 나라 안팎이 위기다. 에너지와 식량위기가 가시화되고 있고 고물가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안보 상황도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개점휴업 국회를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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