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에 공직 후보자의 인사 검증을 담당할 조직이 신설되는 것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소통령 한동훈” “검찰의 국정 장악 시도”라며 반발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권한 분산’ 취지를 강조하며 방어에 나섰다.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 직속 기구인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에 대해 “이 문제는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이유에 대해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국민께서 허락하신다면 국정원에도 인사 검증 부서를 두면 좋을 것 같다”며 “정치 개입의 차원이 아니라 인사 검증 부서를 정식으로 두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다만 한 장관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분류하며 “야당과 일부 언론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더더욱 몸을 낮추고 공정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24일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장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즉각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남국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자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다. 정말 소통령 한동훈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 장관이 검찰 인사권과 감찰권에다 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까지 갖게 돼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공직자의 개인 정보가 검찰의 사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모든 공직자 인사가 소통령 한동훈을 거쳐 검찰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법무부가 국가사정 사령탑이 되겠다는 선언이자 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논란 확산을 막는 데 집중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그간 민정수석실이 과도한 권력을 갖다 보니 지난 정부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나”라며 “정부 부처로 (검증 기능을) 되돌려주고 법무부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방법이 더 적절하고 헌법의 취지에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정책 중심으로 가니 고위 공직자들의 검증 과정은 내각으로 보내는 것이 맞는다”며 “당초 윤 대통령 약속은 민정수석실을 대통령실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또 법무부와 공직기강비서관실 두 단계로 나눠 인사검증이 이뤄지면 양측의 상호 견제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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