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증시 쇼크 영향으로 10일 코스피지수가 약 1년6개월 만에 2600선이 붕괴되며 연중 최저점을 다시 썼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로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25포인트(0.55%) 내린 2596.5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20년 11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2600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2579.80으로 출발한 이후 장중 2553.01까지 폭락하며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후 들어 낙폭이 줄었지만 2600선 회복에는 실패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4.70포인트(0.55%) 내린 856.14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전날보다 2.40원 오른 1276.4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278원을 돌파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2020년 3월 23일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최근 계속되는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은 불안에 빠진 미 증시의 영향이 크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21년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4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이상 급락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도 10% 이상 폭락했다.
미 증시에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점점 더 짙게 깔리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과 양적 긴축 카드를 꺼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워낙 높은 탓에 물가는 잡지 못하고 경기 침체만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미 증시에선 기술주뿐 아니라 나이키(-3.3%) 캐터필러(-8.4%) 보잉(-15.6%) 등 경기 관련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4월 미 실업률 지표가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면서 연준의 긴축 행보에 제약이 줄어든 것도 투자자 공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에 대한 신뢰 부족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오후 들어 중국 상하이 증시와 미국 선물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 낙폭도 줄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거래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 아닌 데다 미국 물가를 둘러싼 경계감이 상당해 이번 주 발표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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