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독서 공간·놀이터 그리고 쉼터… 전주 도서관들 명소 됐어요

Է:2022-05-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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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문턱을 없앤 개방형에서
특성이 다양한 도서관 등 오픈
지자체·기관 등에서 벤치마킹

시민들이 전주시청 로비에 조성된 책기둥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시청 로비 기둥 천장까지 책이 진열돼 있다. 전주시 제공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인후도서관. 1층 책마루에선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2층 열람실에선 어떤 이는 창밖이 보이는 탁자에서 노트북으로 뭔가를 했고, 어떤 이는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는 등 많은 이들이 독서를 하거나 자료를 뒤적이고 있었다. 영화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된 인후도서관은 지난달 19일 재개관했다. 인근 동네 주민 허명숙씨는 “무엇보다 나를 반기는 듯한 시원한 로비가 참 좋다”며 “며칠 새 두 번째 와서 책도 읽고 쉬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년도시 전주의 공공도서관들이 크게 변하고 있다. 최근 3년새 혁신적인 개선을 통해 독서공간만이 아닌 힐링과 놀이터, 공동체 장, 여행 코스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찐’ 명소로 자리잡았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2014년부터 풍부한 인문자산을 기반으로 독서문화 정책의 틀을 마련하고 도서관 서비스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했다. 도서관이 지식과 정보습득을 위한 교육연구시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 휴식 기능이 강조된 문화시설로 만들고자 했다.

2019년 현대 패러다임에 맞춘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이 문을 열었다. 트윈세대 전용 공간인 우주로1216이 전국 최초로 조성됐다. 트윈세대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12~16세 세대를 말한다. 우주로1216은 문화공간의 새로운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2020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과 2020 생활SOC 우수사례 공모전 국무총리상이 주어졌다.

꽃심은 전북에서 처음으로 벽과 문턱이 없는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꾸며졌다. 같은 해 12월 평화도서관에 이어 삼천·금암·송천·인후도서관 등 전주 12곳 중 5곳이 같은 방식으로 큰 변신을 했다. 반응은 대단했다. 한 곳당 20억~33억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모두 카페보다 멋진 공간, 놀이터보다 편한 쉼터로 거듭났다.

그 사이 특성화 도서관도 잇따라 들어섰다. 시청 로비 기둥에 천장까지 책을 진열한 ‘책기둥’을 비롯, 첫마중길여행자, 학산숲속시집, 다가여행자 등의 이름을 단 도서관들이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남상환 전주시 책의도시정책팀장은 “도서관 혁신 이후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각각 86%에서 97.7%에 이르렀다”며 “자자체 등 365개 기관에서 4000여명이 찾아와 벤치마킹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도서관 여행’은 재미있는 별책부록이다. 매주 토요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5곳의 특성화 도서관과 꽃심도서관을 도는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각 도서관은 저자 강연과 글쓰기 등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시민들의 발길을 모았다.

이같은 도서관 정책은 지난해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지역문화 활성화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락기 전주시 책의도시인문교육본부장은 “지친 삶 속에서 여행하듯 도서관을 방문해 휴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전주=김용권 기자

그 사이 전주엔 공립과 사립 작은도서관이 96곳에서 139곳으로, 지역 독서동아리는 150개에서 358개로 크게 늘어났다. 다음 달엔 덕진호수 옆에 ‘연화정 도서관’이 개관한다. 10월엔 아중호수 옆에 ‘아중호수도서관’이 문을 연다. 길이 101m 규모로 지어져 국내 호수변 도서관 중 최장을 자랑하게 된다.

이어 한옥도서관, 건지산숲속도서관, 동문거리 헌책도서관, 천변생태환경도서관 등이 지역 특색에 맞게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도서관들이 한옥마을과 어깨동무를 하며 전주를 명실상부한 인문관광도시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김승수 전주시장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만들기 위해 8년간 노력”



"공공시설은 그 도시가 어떤 곳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서관은 우리 도시의 실존이자 지향점이죠."

김승수(사진) 전주시장은 2일 인터뷰에서 "지난 8년간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만들기 위해 땀흘려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시장은 "우리 시가 더 부자일 수는 없어도 더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사람·생태·문화의 가치를 실현해왔다"며 "특히 그동안 권력과 폐쇄성의 상징이었던 공공장소들을 시민이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개방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역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숲 놀이터를 만들고 공공도서관을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김 시장은 1년 전 한 도서관에서 어떤 젊은 아빠가 건넨 인사를 떠올리며 가슴 뿌듯한 기억이라고 언급했다.

"두 자녀를 데려온 아빠였는데 다가와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이제 아이들 데리고 굳이 돈 들여서 키즈카페에 안 가도 될 것 같다'며…."

김 시장은 당초 기대보다 시민들이 이 같은 변화를 더 즐기고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어 감사하고 또 시민들의 문화적 역량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전주시정을 이끌어온 그는 6·1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가장 훌륭한 시장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시민을 가장 사랑한 시장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도서관이 시민들의 삶에 찾아가 소중한 기억이 되고 또 한 권의 책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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