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후반기 180도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조송화 팀 이탈 논란 등 내홍에 휩싸이며 연패 수렁에 빠졌던 IBK기업은행은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수확하며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다.
IBK기업은행은 2일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1-2022 V리그 5라운드전에서 3대 1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21일 KGC인삼공사전 승리 이후 3연승이다. 최근 연승은 이번 시즌 승리가 없었던 중상위권팀을 상대로 따낸 것이어서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감독은 “분위기만 만들어줬을 뿐”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IBK기업은행의 상승세 배경은 단연 김 감독이다. 내홍 사태 이후 소방수로 나선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데뷔전을 치른 뒤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15일 여자배구 데뷔 첫 승을 거둔 이후 4경기에서 3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앞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배구를 습득해 5~6라운드 때 변화를 만들 것이다. IBK가 결코 쉬운 팀이 아님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그의 다짐대로 IBK기업은행은 그들만의 배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명세터 출신 감독의 특별지도 하에 세터진의 볼 배분이 좋아졌다. 조송화 이탈 후 주전으로 거듭난 김하경은 지난 경기에서 세트당 13.750개의 세트 성공으로 올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레베카 라셈의 후임으로 투입된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도 V리그에 완전히 적응했다. 도로공사전에선 팀 내 최다득점인 26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과 공격효율은 각각 62.5%, 55%였다. 기본적으로 뒷받침되는 수비력에 공격까지 더해져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국내 주포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은 김 감독 체제에서 라이트로 전향해 사실상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레프트 표승주 역시 최근 5경기에서 평균 20.2점의 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에 힘을 싣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돌풍이 상위권 팀들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사실상 시즌 1위를 확정한 현대건설은 사상 첫 9할 승률 우승과 여자부 최다 연승 등 ‘기록 깨기’ 중이다. 3일 현재 승점 2점 차에 불과한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치열한 2, 3위 싸움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IBK기업은행이 이번 시즌 승리가 없는 현대건설과 GS칼텍스를 상대로 설욕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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