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건축됐을 때만 해도 옅은 푸른색으로 산뜻한 느낌을 줬을 집 외벽은 35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검은색으로 얼룩덜룩했다. 페인트칠은 다 떨어졌고, 건물 옆면은 균열을 시멘트로 메꾸느라 마치 살을 꿰맨 듯 보기 흉했다. 집 내부 거실 천장엔 곰팡이가 슬어 벽지 군데군데가 얼룩졌다.
지난 10일 찾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 김영묵(60)씨 집 모습이다. 베트남인 아내(52)와 중학생 아들(14)과 사는 그는 지난해 간경화 말기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돼 홀로 남겨질 가족을 위해 튼튼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라도 만들어주고 싶지만, 몸은 아프고 본업인 사과 농사도 흉년이라 집 고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다문화TV를 통해 그의 사연을 전해 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재능기부나눔센터(센터장 이용우 목사)가 나섰다.
이용우 목사와 장재훈 장로를 비롯해 13명의 봉사자는 이날부터 1박 2일 동안 김씨의 집 수리에 나섰다. 얼룩졌던 외벽은 황토색으로 다시 칠해졌고, 곰팡이 슬었던 방과 거실은 방수 작업 등을 거쳐 하얀색 벽지로 새롭게 단장됐다. 창틀과 문, 장판, 전기 배선까지 수리한 끝에 완전히 새로운 집으로 탈바꿈됐다. 김씨 아들에겐 새 책상도 생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집수리 작업을 내내 지켜보던 김씨는 감동에 찬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장마 때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물이 샜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수습했다”면서 “6개월밖에 못 산다는 암 선고를 받고 가족 생각에 앞이 깜깜했는데 이렇게 집이라도 수리되니 너무 다행이다”고 말했다.
재능기부나눔센터는 2019년부터 저소득층이나 다문화가정 등 여의치 않은 경제 형편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교회 성도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순복음러브하우스’ 사역을 펼쳐왔다. 도배와 장판, 타일 시공을 지원하거나 가구나 집기류 등의 교체를 지원하는 사역으로 지금까지 13곳을 지원했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봉사자만 192명이 넘는다.
이날 작업을 도운 안동찬(42·여의도순복음교회 청년부)씨는 “전기 공사 관련된 일을 하는데 가진 달란트를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지난달부터 봉사에 나섰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할 때와는 달리 보람도 있고 오히려 내가 회복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처음 답사 왔을 때는 정말 구석구석 손댈 곳이 엄두도 나지 않아 ‘절망’이라는 말이 떠올랐던 집이었다”며 “하지만 자원해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주신 많은 분의 손길이 이어지며 낡은 집이 점점 천국의 전원주택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니 작업 시간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모든 사역은 사랑과 희생, 돌봄 그리고 이웃과 함께함으로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며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은 교회의 이영훈 목사님도 항상 강조하는 사역인 만큼 팬데믹 시대 계속해서 소외된 이웃을 찾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내 20호 지원을 넘어 내년엔 더 박차를 가해 50호까지 집수리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도움이 필요한 성도들께선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김씨에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가족들과 긍정과 희망, 무엇보다 천국을 소망하며 사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는 김씨는 이날 조만간 교회에 나가볼 생각이라며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예천=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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