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밖 유력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사퇴 후 잠행을 이어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최 전 원장은 7일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정치참여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9일 만이다. 다만 최 전 원장은 “나머지 공식 입장은 좀 더 준비된 다음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 전 원장의 죽마고우인 강명훈 변호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정치참여 의사를 명확히 한 걸 확인했다”며 “왜 정치를 결심했는지,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 등 본인 생각을 잘 정리해 밝힐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의 대권 도전 선언이 임박했다는 취지다. 경쟁자인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서자, 후발주자인 최 전 원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윤 전 총장보다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직을 내놓은 후 가족여행을 떠나 향후 행보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그는 전날 부친인 최영섭 해군 예비역 대령의 병환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히 서울로 돌아왔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회동은 1시간50분가량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치의 중요한 한 분인 안 대표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며 “정권교체 필요성과 상호 협력 등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어려운 결심을 하시고 정치를 시작한 윤 전 총장께 제가 초심을 가지면서 고민했던 생각들을 말씀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함께한 건물은 과거 안 대표가 처음 정치에 나선 2012년 대선 때 ‘진심 캠프’를 꾸렸던 자리에 신축됐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께) 특별히 여쭤보지는 않았다”며 “정치를 처음 시작한 입장에서 시민의 생각을 들을 부분이 많아 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측 대변인은 “두 사람은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두 사람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중도 확장과 실용정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 전 총장이 안 대표를 만난 건 자신이 ‘반문 빅텐트’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이 안 대표가 강조해온 ‘중도’ ‘실용정치’에 의견을 모은 것도 지지 기반 확장을 노린 것이다. 윤 전 총장은 8일엔 민청학련 사건 핵심 인물인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등을 만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