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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탄소중립과 기후 등대 교회


기후위기는 우리 시대의 최대 이슈다. 세계 각국이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30년 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덜 절망적일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인이 교회와 사회 속에서 최대한 탄소 배출을 줄인다면 미래는 덜 절망적일 수 있다. 교회가 앞장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에 동의하고 행동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지켜야 할 수많은 생물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서둘러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옛 습관을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만으로도 지구의 기후는 거주 불능한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이루려고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탄소중립이란 것이 우리 삶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준 후에야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 밖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더 깊이 변화된 세상을 갈망하며 기도해보자.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분별할 수 있다.

우리는 지구를 돌봐야 하는 그리스도인이니 있는 자리부터 생활방식이나 이동수단, 소비방식을 바꾸고 교회와 함께 지금껏 배출한 탄소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탄소중립을 이뤄갈 외적 조건이 충분하지 않고 교회 안에서조차 소수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 단계를 따라 행동해보자. 한두 사람이라도 모아 교회에서 탄소중립을 향한 걸음을 걷는다면,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기후위기의 큰 풍랑 속에서 물 위를 걸으라 하는 주님을 만나 탄소중립을 이뤄가는 ‘기후 등대 교회’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첫 단계는 무엇보다 탄소중립을 결심하는 것이다. 모임 규모가 갖는 한계는 있겠지만 결심만 단단하면 넘어서게 돼 있다. 교회와 사회 내 핵심 지도력이나 이 일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라도 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다음은 교회가 책임져야 할 탄소배출량을 산출하고 그 출처를 분석하는 것이다. 전력소모량과 온수 및 난방 연료의 종류와 사용량, 각 교통수단의 운행 거리, 쓰레기 배출량 등을 살피되 그 의미를 해석해보는 ‘탄소중립과 생태전환교회 워크숍’을 가져봄이 좋다. 이 과정이 없다면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게 돼 추진력이 떨어진다. 스스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야 교회가 줄일 수 있는 배출량은 어느 정도고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또 배출량 감소에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나 가시적 결과를 위해선 자원과 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목표에 이르는 진행 과정을 측정할 척도는 무엇이며 순조로운 진행은 누가 보장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기본 계획을 세워 목표지점까지 부단하게 노력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멈추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선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진행 중 체계적인 모니터링은 필수다. 그래야 마지막 단계에서 거둔 성과를 평가하고 아쉬운 점을 되짚어 전 과정을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기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이들과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 전체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교회가 지구적으로 어떤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어떻게 행하고 있는지, 무엇보다 기후 약자를 위해 어떻게 헌금을 사용하는지 성도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 성도에게 교회의 탄소중립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음하는 지구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그리스도인이 교회에서 내딛는 탄소중립의 첫걸음은 기후위기의 풍랑이 잔잔해지기까지 굳게 서 있는 기후 등대 교회를 세워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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