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사진) 전 검찰총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초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내놓은 첫 공식 메시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5·18을 맞아 광주 방문을 계기로 본격 정치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윤 전 총장은 광주를 찾는 대신 5·18 정신을 기리는 입장을 내놓는 쪽을 택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일보에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의를 밝힐 때도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었다. 당시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5·18 메시지에서도 동일한 키워드를 내세운 것은 자신의 국가관이나 철학이 일관되게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위에 서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윤 전 총장이 퇴임 이후 두 달 넘게 ‘잠행’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5·18 메시지를 낸 것은 향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을 때 초점을 ‘중도’에 맞추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이번 메시지에서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라고 지칭한 대목은 우회적으로 정부를 향한 비판의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지난 3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문재인정부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방안을 두고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2월 총장으로서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했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정신을 깊이 새기고 현안 사건 공소유지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현안 사건은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 사건을 뜻하는 것이었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7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는 “12·12는 군사반란이고, 5·18은 이러한 군사반란과 헌정파괴 행위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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