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게 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 ‘화이자 위탁생산설’을 일축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한국에 백신을 지원하는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인천 송도 공장 위탁생산 문제와 관련해 14일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고 공시하면서도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 역시 “기업의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는 정부가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2일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설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로써 모더나와 위탁생산 협상 중이란 관측에 한층 힘이 실렸다.
1주일 뒤로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양국의 백신 협력에 중대 분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계 앤디 김 하원의원을 만나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 계획은 없었지만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미국에 오기 전에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되더라도 핵심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 공정 기술을 모두 이전할지, 패키징 등 일부 공정만 맡길지 두고 봐야 한다. 중요한 건 원액을 만들고 DNA를 RNA로 전사하는 초반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전체 인구의 45%(1차 접종자 기준)에 달하는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백신 접종 완료자의 생활 지침을 변경했다. 정해진 접종 횟수를 모두 채우고 2주가 경과한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실내·외 활동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등 일부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이는 예방접종 시작 이후 유행을 안정적으로 감소시켜 온 결과로 풀이됐다. 미국의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지난 1월 초 25만명을 넘어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 12일 기준 3만6805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수준이다.
백신 1차 접종률이 아직 7.2%에 그치는 국내에선 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이어갔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747명 늘어 누적 13만380명이 됐다. 특히 순천 유흥업소발 집단감염 여파가 거센 전남에서는 국내 발병 이후 최다인 50명의 일일 확진자가 보고됐다. 지난 3일 시행하기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범적용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전라남도는 고흥과 여수, 순천과 광양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부활시켰다. 여수 순천 광양에서는 유흥업소 영업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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