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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지구 정원사를 위한 가치 사전


우리는 하나님이 지은 지구 동산의 정원사로 부름을 받았다. 지구 동산의 정원사는 지구에 거하는 모든 것을 돌보며 지금도 이 지구를 지탱하는 그의 사랑 안에 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코로나 대유행은 물론 기후변화와 종의 멸종, 생태계 파괴란 전 지구적으로 시급한 과제 앞에 직면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와 도시의 협약,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대도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상황을 되돌리긴 이미 늦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고 보니 문제를 초래한 끝없는 욕심은 물론 상황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다.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국제적 노력을 하는 게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개개인이 동시에 노력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 한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면,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한 사람의 마음과 삶의 태도가 달라지면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적 행동도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꿔 행동하는 이들이 있어야만 사회 또한 변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처럼 상황이 위급할 때는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시스템 전환도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말하고 행동하게 하는 가치 교육 또한 절실하다. 가치는 ‘삶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개념을 잡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 가치가 새로워지면 삶에 새로운 동기가 부여돼 태도가 바뀌고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와 기후 재앙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사명과 비전, 핵심가치를 갖고 살고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기후변화 등 위기에 대해 신앙적 가치체계를 바탕으로 대응해 왔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지구 동산을 지키고 돌봐야 할 ‘지구 정원사’로서의 사명을 확고히 하고 지구 복원을 위한 비전을 새로이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세계 보존을 자기 가치로 확립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위기 너머로 희망을 볼 수 있다. 그래야 태초에 부여받은 지구 정원사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지구 정원사로서 지녀야 할 가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떠오르는 단어를 목록화해 보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한 가지씩 가까운 이들과 경험적 정의를 내려보자. 사전적 정의보다는 경험으로 얻은 정의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러면 각각의 가치가 자신의 언어는 물론 각자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될 것이다. 동시에 지구 정원사로서의 본분을 익힐 수 있을 것이고, 정원사로서의 삶이 바로 세워지며 지구의 회복력 또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혹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면, 신학자가 전하는 25가지의 가치 단어를 참고하면 좋다. 50명의 신학자가 함께 준비 중인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가제)은 지금의 위기와 그 속에서 들려오는 피조물의 소리를 경청하게 도울 것이다. 또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게 해주는 길잡이로서 자기성찰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게 해줄 것이다.

지구 정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품은 가치가 세상 사람을 새롭게 할 뿐 아니라 사회를 생태적으로 전환할 수 있길 소망한다. 이들이 새로이 품은 가치들로 물질적 탐욕과 편리함에서 여전히 벗어나려 하지 않으려는 우리네 삶의 태도가 온전히 변화되는 기적을 기대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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