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속속 돌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으로 역대급 호실적을 이어간 이들 기업이 급여를 인상하면서다.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임 업계의 연봉 인상 레이스도 이어지고 있다. 여행·유통 등 일부 산업이 불황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1일 기업별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800만원, 엔씨소프트는 1억549만원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전년(8000만원)보다 35%나 늘었고, 엔씨소프트 역시 8641만원에서 22.1% 올랐다. 평균 연봉은 연간 총 지급된 급여, 인센티브, 각종 수당 등 보수 총액을 월평균 직원 수로 나눈 금액이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9945만원에서 1억247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소폭 상승했다. 인센티브 반영이 안 되는 지난해 중도입사자가 전체 직원 수의 20%에 육박하는 700명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네이버의 향후 연봉 증가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연봉은 전자·통신 업계의 최고 급여 지급 기업인 삼성전자(1억2700만원)와 SK텔레콤(1억2100만원)을 턱밑까지 추격했음은 물론, 이들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흥 IT 업체들의 연봉 상승은 지난해 이들이 최고 실적을 낸 것에서 기인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간 매출 4조원을 돌파했고, 네이버는 3년 만에 다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전통적 제조기업들보다 개발자 등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보상이 후한 특성도 반영됐다. 양사 모두 회사 전체 인력의 60%가 개발자로 구성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IT 기업의 주가가 치솟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직원들의 급여가 치솟으면서 평균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1년 전보다 주가가 4배 이상 치솟은 카카오와 성공적으로 상장한 자회사 카카오게임즈 등에서는 스톡옵션 시세 차익으로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보수를 받은 임직원들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평균연봉 1억원 이상의 자리는 금융권·정유업계 종사자들이 독식해왔다. 2019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1억원이 넘는 곳은 총 33개 업체로 금융지주·증권, 석유화학 등 업종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IT 기업들도 명단에 속속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개발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촉발된 보상 경쟁이 중소업체 위주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져 IT 기업들의 호실적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영준 연구위원은 “올해 업종별·계층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IT 산업과 전통산업, 대기업과 영세업자 간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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