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후배 목회자가 어떻게 하면 목회를 잘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지난 40년 목회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은 건강한 목회를 위한 비법이나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목회를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비법이나 지름길은 아닐지라도 건강한 목회를 위한 중요 요소가 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목회자의 자기 성찰이다. 자기 자신을 바로 알지 못하고서는 건강한 목회를 감당할 수 없다. 목회를 이끌어 가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건강한 목회를 위해 항상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목회에 대해서 진실하게 물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몸을 숨기고 있던 아담에게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다.(창 3:9) 이 질문은 오늘날 목회자의 위치를 물으시는 하나님의 질문이다. 하나님은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에게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다.(창 4:9) 이 질문은 성도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물으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목회자는 다음의 질문을 늘 던져야 한다.
첫째,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목회하는가, 아니면 나의 선택인가. 주님의 교회를 섬기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은 그분의 마음에 맞는 하나님의 사람을 부르셔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게 하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부르심 없이는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목회자가 방황하는 이유는 상황이 주는 고통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 부르심의 확신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부르심의 확신이 있는 목회자는 고통은 있을지언정 낙망하지 않는다.
둘째, 목회하려고 사는 것인가, 아니면 살려고 목회하는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물론 대부분 목회자가 목회를 위해 열심히 산다. 그러나 목회 현장의 여러 가지 상황과 변화로 처음 가졌던 마음을 상실한 채 목회할 수도 있다.
목회자는 어떤 상황 속에서 주님의 일을 위해 사는 자다. 살아가기 위해 목회를 한다면 세상 유혹과 공격에 쉽게 무너질 것이다. 내가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붙잡으면, 그 이유가 나를 붙잡아 준다. 목회를 위해 살려고 할 때 목회가 나의 삶을 붙잡아 줄 것이다.
셋째, 승리를 추구하는가, 아니면 성공을 추구하는가. 성공이라는 단어가 나쁜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말이 상당히 상대적이고 세상적인 단어다. 따라서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목회자가 품어야 할 단어는 성공이 아니라 승리이다. 승리라는 단어는 영적 전쟁의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성경적인 단어이다.
꼭 초대형교회가 돼야 승리한 교회가 아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 승리한 교회다. 승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뜻이 이뤄지는 것이며, 승리는 성령님의 일 하심을 통해서 얻어지는 열매다.
따라서 목회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이 뜻에 순종함으로 진행해야 한다. 목회자는 성령님이 주시는 마음과 힘, 지혜로 승리를 추구하는 용사여야 한다.
넷째, 섬김의 목회인가 다스림의 목회인가. 미국연합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길은 어렵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과정은 지도 목사와 1년 동안 ‘섬기는 지도자’라는 주제로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목회에서의 가장 큰 유혹 중 하나는 성도들을 다스리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목회자는 지도자의 자리에 서 있는 자이기에 다스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마음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섬기는 자의 자세로서의 다스림이 아니라면 주님의 교회는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가기 힘들다.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해산의 수고”(갈 4:19)를 통한 섬김이 있어야 건강한 목회이고, 교회 역시 건강한 교회가 된다.
바울은 고린도 성도들을 향해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너희의 종 되었다”(고후 4:5)고 고백했다. 이 고백이 결코 쉬운 고백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고백이 진정한 나의 고백이 될 때, 하나님은 나를 섬기는 지도자로 세우시고 사용하실 것이다.
이성철 목사(미국 달라스 중앙연합감리교회)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