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자로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섰다. 어른들에게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던 학생이었다. 당시 툰베리는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는 표현을 반복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광운선교회 교목인 박정우 목사는 “편리를 추구하느라 환경에 대해 너무 가볍게 여겼던 시간이 참으로 많았다. 툰베리의 이 말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지난 18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자발적불편운동본부가 기후 위기를 주제로 개최한 신년강연회에서 “인간은 하나님이 청지기로 맡겨주신 지구를 남용과 파괴로 대응했다. 우린 그 관리 소홀에 대해 엄중한 죄책감을 느끼고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죄책감의 긍정적 요소를 강조하며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긍정적 행동을 한다”며 “그것이 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할 부분으로, 전 그것을 거룩한 저항이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기업의 대량생산 공급품을 필요를 넘어 구입하는 ‘과잉소비시대’에 살고 있다”며 “유럽 등지에선 이에 저항해 반소비운동, 소비포기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스웨덴에서는 비행기 탈 때 느끼는 죄책감을 뜻하는 ‘플뤼그스캄’, 옷을 소비할 때 느끼는 죄책감을 뜻하는 ‘숍스캄’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생겨났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은 박 목사에 이어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전환 실천과 정책’을 발표했다. 유 센터장은 박 목사가 말한 죄책감에 대해 공감하면서 “죄의식을 갖기보단 부끄러워할 줄 아는 우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당면한 위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인식과 삶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느냐면 또 그건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 센터장에 따르면 인류가 한 해에 주어진 생태자원을 모두 소진하는 날을 뜻하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도 전 세계 평균은 8월인데 한국은 4월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인간이 그해 주어진 생태 자원을 모두 소진하고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끌어다 쓰는 것으로 계산한다. 유 센터장은 “우리는 매년 미래로부터, 자연으로부터 생태 자원을 도적질해 성장 욕구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의 자정능력을 넘어선 성장은 더이상 안 된다는 사인(sign)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증가하던 온실가스가 줄어든 기간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감염병 전쟁 경제위기 등 모두 강제된 멈춤이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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