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이 7일 발표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유임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검 부장들이 유임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고립 기조가 이어진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에서는 인사에 앞서 윤 총장에게 인사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등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발이 나왔다.
법무부는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오는 9일자로 단행했다. 고검장 검사장 승진 인사는 없었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됐다. 그간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했던 심 국장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윤 총장도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심 국장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부지검장 전보는 문책이라기보다 사실상 영전이라는 평가다. 서울남부지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여권 정치인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결국 라임 사건을 틀어막으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 지검장은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 내부에서 사실상 리더십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처분 결재 요청을 계속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고검장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킨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이 지검장을 좌천시킬 수는 없으니 유임 아니면 다른 카드가 없었을 것”이라며 “정권 입장에서 이 지검장처럼 ‘믿을 맨’을 찾기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채널A 사태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한 검사장은 일선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다만 월성 원전 1호기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두봉 지검장 등 주요 검사장들을 유임시키면서 논란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평가다. 윤 총장의 임기가 오는 7월 만료되는 만큼 향후 인사에서 대규모 승진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총장이 바뀔 때 입맛에 맞는 검사들 위주로 대거 승진시키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종태 춘천지검장은 공석이던 대검 기조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특별히 성향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는 만큼 윤 총장을 잘 보좌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춘천지검장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서울고검은 윤 총장 징계 사태의 절차적 위법성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서울고검 차장이 공석이 돼 수사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에서는 이번 인사에서도 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에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법무부는 “장관이 총장을 두 차례에 걸쳐 만나 의견을 듣고 취지를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인사에 앞서 총장에게도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허경구 구승은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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