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민간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우주인 4명을 싣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출발했다. 미국인 3명과 일본인 1명으로 이뤄진 우주인들은 ISS에서 6개월가량 머물며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 발사 성공으로 민간 기업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인의 우주여행도 조만간 실현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에도 유인 비행에 성공했지만 정식 임무가 아닌 시험 발사였다.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10년 가까이 자체 우주 운송수단 없이 러시아제 우주선에 의존했던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앞으로 크루 드래건을 활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사 소속 선장 마이크 홉킨스(51)와 흑인 조종사 빅터 글로버(44), 여성 물리학자 섀넌 워커(55),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55)를 태운 크루 드래건은 15일 오후 7시47분(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 9’에 실려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크루-1’로 명명된 이번 임무의 목적은 나사의 위탁을 받아 우주인 4명을 ISS로 실어 나르는 것이다. 나사가 민간기업의 우주선으로 공식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 퇴역 이후 우주 운송수단이 없었던 나사는 지금까지 러시아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소유즈 우주선을 빌려 써왔다.
크루 드래건은 약 27시간30분간 비행한 뒤 16일 오후 11시쯤 ISS에 도킹할 예정이다. 우주인 4명은 ISS에서 6개월 동안 머물며 식품 생리학 연구와 뇌 유전자 관찰, 무중력 환경에서의 무 재배 등 과학 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조종사 글로버는 흑인 최초로 ISS에 체류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나사에 따르면 탑승 우주인들은 자신들의 우주선에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력)’라는 별명을 붙였다. 인종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선 전후의 정치적 혼란 등 올해 벌어진 각종 난관을 인간 본연의 회복력으로 이겨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트위터에 “이번 발사는 과학의 힘과 우리의 혁신과 독창성, 결단력을 발휘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검증”이라며 축하글을 올렸다. 발사장에 직접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미국에서 인간 우주탐사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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