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 자체가 기독교의 본질입니다. 예수님은 헐벗고 굶주린 이들과 함께하시다 십자가에서 모든 걸 나누신 분이고, 구약에서도 고아와 과부의 하나님 아닙니까. 원로장로들이 먼저 베풀고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 존경이라는 대우가 따라오겠지요.”
김동욱(77)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장로회장의 나눔론이다. 70세 이상 은퇴한 장로 180여명으로 구성된 원로장로회를 2년째 이끄는 김 장로는 지난달 29일 원로장로회 임원들과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연탄 2만장 기증 행사를 열었다. 이영훈 목사가 참석해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에게 연탄 기부금을 전달하며 “교회의 어른인 원로장로님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어려운 이웃들이 올겨울을 더 따듯하게 보낼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김 장로를 만났다. 김 장로는 왼쪽엔 ‘사랑으로 섬기겠습니다’ 오른쪽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라고 새겨진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손에는 미국의 신학자 존 파이퍼의 번역 신간 ‘복음, 자유를 선포하다’가 들려 있었다. 국민일보 창간 독자인 김 장로에게 연탄 나눔에 주목한 계기를 물었다.
“2018년 이맘때 국민일보 기사였어요. 서울 백사마을 연탄 가구들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가파른 비탈 골목길 대목을 읽다가 과거 물지게를 날랐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열악한 동네에서 겨울날 얼마나 춥겠는가 해서 우선 긴급하게 돕자고 생각했습니다. 그해 연탄 1만장, 이듬해 제가 원로장로회장으로 섬기게 된 후부터 물량을 배로 늘려 이어 왔습니다.”

원로장로회 임원들의 자체 모금으로 마련된 연탄 기부엔 김 장로의 가족들도 동참했다. 김 장로는 “중학생 손녀도 용돈으로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김 장로의 아들이자 판교 테크노밸리의 대표 게임회사인 블루홀(현 크래프톤) 창업자인 김강석(49) 전 대표도 연탄 1만장을 감당했다. 김 장로와 아들 김 전 대표는 나란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고액기부자를 지칭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라다 만18세가 되면 퇴소해야 하는 청년들을 기금으로 돕는 일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 장로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의 3층 건물을 하나님 헌신의 공간으로 쓰고 싶다며 교계에 내놓았다(국민일보 2019년 1월 28일자 32면 참조). 현재 1층에 희망의교회(설경욱 목사)가 들어서 지역 복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초대형 교회에서 평생 헌신해 온 이력에 작은 교회 직접 지원이 또다시 추가된 것이다. 김 장로는 기독교인이 나눔과 봉사를 모르게 하는 것만이 선은 아니라고 본다.
“창조적 사고로 헤쳐 나가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자꾸 안주하게 됩니다. 그게 싫어서 힘이 있을 때까지 예수님의 기독교 정신을 행동으로 옮기려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며, 교회 밖으로 나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의 봉사는 안 보여도 되지만, 교회 밖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위해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함께 나선다면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남=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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