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내부 검사 정보를 빼돌려준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1심 법원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해결사’ 노릇을 했던 정권 인사를 향해 법원은 “국민 신뢰가 훼손돼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 이후에도 현직 의원 등이 김 전 회장과 얽힌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라임 사태는 권력형 비리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18일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행정관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3667만원을 추징토록 명령했다. 징역 4년형은 검찰이 지난 4일 결심공판에서 제시한 구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뇌물 수수액이 적지 않고 단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져 죄질이 무겁다”며 “피고인의 뇌물죄를 엄단하지 않는다면 그에 수반되는 수많은 부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일했고, 이 기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값과 골프비 등 37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위법 행위로 성실히 일하는 금감원 직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런 김 전 행정관이 김 전 회장에게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문건을 제공해준 데 대해서는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돼 있어 금감원 동료로부터 서류를 쉽게 입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공적인 업무에 지연과 학연을 이용한 범죄는 국민들에게 공무원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의심과 박탈감을 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행정관이 그간 “김 전 회장과 동향에 고등학교 동창이라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선처를 호소한 것을 일축한 셈이다. 김 전 행정관은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앉혀 급여 명목으로 1900여만원을 받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도 재판을 받아 왔다. 재판부는 “평상시 피고인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으면 라임 검사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범죄로 나아가지 않았을 가능성 역시 분명 존재한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 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관계자와 투자자의 대화 녹취록에서 “청와대에서 라임을 막아주고 있는 분”으로 소개된 인물이다. 이 대화 녹취록은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억원대 피해를 입은 코미디언 출신 방송인 김한석씨가 공개했다. 도피 행각을 이어가던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검거됐고,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서울남부지법과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상호(55)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도 김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있다.
허경구 강보현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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