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신을 상대로 ‘온라인 성희롱’을 저지른 악플러들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 5월 경북 경주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자녀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SUV 차량을 이용해 9세 아동을 뒤에서 들이받은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건’ 피해 아동의 친누나다.
A씨는 당시 운전자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서 방송사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건 전혀 예상치 못한 ‘망언 폭탄’이었다. A씨가 당시 운동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는데 이를 캡처한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며 성희롱 대상이 된 것이다. A씨 사진에는 ‘관종(관심종자) 아니냐’ ‘몸매가 끝내준다’ ‘미혼모인데 아들이라 하기 부끄러워 친동생이라 하는 것 아니냐’ ‘내 와이프 언제 인터뷰했냐’는 등의 모욕적인 댓글이 끝없이 달렸다.
A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생의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에 옷가지도 제대로 못 챙기고 부산에서 경주로 향했던 것”이라며 “사람들이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모멸감을 안겨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여론의 관심을 끌었던 주요 사건들마다 피해자를 향해 악성 댓글을 쏟아내면서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피해자들도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시흥의 한 PC방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다 신체를 불법 촬영당한 BJ ‘김옥분’(활동명)도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그는 치욕스러운 게시물로 자신에게 2차 가해를 한 악플러들을 조만간 검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김옥분을 불법 촬영한 가해자는 지난 25일 구속된 상태지만 2차 가해가 계속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지인이라는 한 네티즌은 ‘옷 입은 꼬라지가 잘못 아니냐’ ‘동네 좁은데 마주칠 자신 있냐’는 글을 남겨 주변의 분노를 샀다. 김옥분은 “왜 피해자가 성적 피해에 이어 악플에 의한 상처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 당사자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해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옥분의 법률대리인인 부지석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 측은 “모욕적 언사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날 것을 예상하고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형사처벌 기록이 남는 것 자체가 인생에 큰 오점이 된다는 사실을 2차 가해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민 신변보호 담당 경찰 간부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며 해당 간부를 검찰에 고소한 탈북 여성 B씨도 사건이 알려진 직후 모욕적인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이랑 여러 번 잤는데 꽃뱀 아니냐’ ‘탈북자는 당해도 싸다’ 등의 악플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B씨의 법률대리인인 양태정 굿로이어스 변호사는 “심각한 2차 가해가 계속될 경우 언제든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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