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의 개략적 윤곽이 드러났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정부의 강력한 입법 의지에도 임대사업자들은 헌법소원까지 청구하며 물러나지 않을 뜻을 보이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마저 늘어 세입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28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상담을 신청한 세입자들은 임대차 3법이 개정될 경우 구체적인 내용과 효력 범위에 대한 고민을 주로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세입자들은 한 번 더 연장해서 현재 사는 금액만큼을 보장받는 게 좋을지 이사를 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개정안의) 틀은 나와도 확신은 안 서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준으로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43)는 4년 전 서울 강동구 아파트를 분양받아 지난 1월 5억원에 전세를 줬다. 이 아파트 전세 시세는 현재 7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임대차법상 소급적용 시) 지금 세입자가 3년6개월을 더 살게 된다”며 “시세와 2억원이나 차이나는 상황이 앞으로 3년 이상 이어질 거라 생각하니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임대차 3법이 통과될 경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직접 들어가 살 계획이다.
사실 당정이 고려하는 임대차 3법의 단서는 이미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한 법무부 입장을 밝히며 최소 1회 계약갱신을 보장하는 ‘2+2’안을 언급했다. 또한 임대료 인상률은 5%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방식이다. 여당이 내놓은 ‘2+2+2안’ ‘무기한 연장안’ 등에 비해선 현실적인 방안이라 임대차 3법의 최종안이 될 가능성이 크단 평가가 나온다. 단 법안 갱신 시점을 이른바 소급적용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입자들이 임대차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은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매섭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임대차 3법에 대해 언급한 날 임대사업자들은 6·17 부동산 대책 피해자모임 등과 연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6·17 대책과 7·10 대책은 기존 제도를 믿고 분양 계약을 체결한 개인의 신뢰 보호 원칙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국민의 재산에 피해를 주는 대책을 의회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법안이 구체화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임대사업자들이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동안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이후 56주 연속 오름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5억5000만원 아파트에 전세 살던 B씨(38)는 지난해 근무지가 바뀌는 바람에 11월 강북구 미아동의 3억4000만원짜리 전세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자녀 교육을 위해 다시 반포동 전세를 알아보던 중 이전에 살던 아파트 전셋값이 불과 8개월 만에 8억원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전세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7월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31.9로 집계됐다.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0~200범위로 100을 넘을수록 상승 전망이 강한 데 이 수치가 130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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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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