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C제일은행은 최고 연이율 7%의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놨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0.5%)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대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눈길을 붙잡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반갑지만은 않다. 기본금리(연 1.6%) 외에 까다로운 우대금리(연 5.4%)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회비가 있는 삼성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고, 1년간 360만원의 사용실적이 있어야 한다. 직전 6개월간 사용실적이 있는 고객은 가입할 수 없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카드사 등과 손잡고 고금리 적금 이벤트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차별화된 고금리 전략으로 고객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하고,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는 카드이용 실적이 필요하다. 심지어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금융의 계열사 간 복합 상품인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은 최고 연 8.3%의 이자율을 내걸고 있다. 기본금리는 연 1.2%다. 나머지는 우대금리인데, 충족 요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자동이체(0.3%)를 해야 하고, 최근 3개월간 적금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0.3%)이어야 한다.
신한플러스 멤버십 가입 및 신한체크카드 신규 이용(3개월 이상 월 30만원 이상)도 필수다. 또 신한금융투자 최초 거래, 신한생명 연금저축보험 가입 등 신한금융 자회사를 통한 거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연 금리 6.5%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와 우리은행이 함께 내놓은 최고 연 5.7%의 ‘우리 매직 적금 바이 현대카드’도 특별우대금리가 최고 연 3.5%를 차지한다. 우리은행 첫 거래 고객이거나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또는 연금) 수령 조건을 맞춰야 한다. 현대카드 이용실적과 자동이체 조건도 있다.
하지만 이들 적금 상품은 가입 기간은 짧고 납입금액은 한정돼 있다. 월 최대 납입금액이 30만원, 만기는 6개월에서 1년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금리를 적용받더라도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수만원에서 십여만원에 그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특판 상품의 타깃은 신규 고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품에 가입할 때 우대금리 요건과 충족 가능성, 이자금액 등을 꼼꼼히 따져서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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