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점포였을 땐 임대료, 인건비 등 부담이 상당했죠. 고민하다 무인편의점 전환을 생각했습니다. 인건비가 줄은 게 컸죠. 다른 무인점포 몇 곳도 운영 중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이마트24 무인편의점. 매장 안에는 아르바이트생도 점주도 없었다. 일종의 키오스크인 무인계산대와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전부였다. 마스크를 낀 손님들은 점원이 없어도 물건을 구입해 매장을 떠났다.
점주 A씨가 카운터로 돌아와도 손님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술 담배를 구매하는 경우에만 A씨가 직접 계산했다. 미성년자 보호를 고려해 술 담배는 무인계산이 불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무인계산대 설정을 바꾸며 유 무인을 전환했다. 일명 ‘하이브리드 무인편의점’으로 보통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A씨는 “최근 카페 등에서 키오스크가 보편화하면서 (무인계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하루에 약 200명의 손님이 다녀가는데 무인계산과 대면계산 비율이 대략 8대2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와 서울에서 몇 곳의 무인매장을 더 운영 중이다. 보통 한 점포에 상주하기보다 여러 매장을 돌며 물건 입고, 재고 정리 등의 업무를 본다. 가족과 소수의 아르바이트생만이 그를 돕는다. 그가 기자에게 보여준 관리프로그램 화면에는 운영 중인 매장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화면 간 소통도 가능해 그는 이를 통해 일을 지시했다.
무인편의점이 소리 없이 약진하고 있다. 과거 실험적 매장에서 이젠 일반 가맹점주 매장도 속속 등장하며 증가 추세다. 이마트24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무인점포는 현재 26곳이다. 최근엔 30여곳의 일반 가맹점이 추가로 무인점포 전환을 앞두고 있다. CU의 경우에도 하이브리드 무인 점포수가 100호점을 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와 맞물려 무인편의점 영향력은 더 커졌다. 최근에는 야간 무인 운영시간, 상품을 할인하는 ‘무인 할인’도 등장했다. 무인편의점이 유인편의점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첫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마트24는 지난 5월부터 전국 하이브리드 무인편의점에서 무인 할인을 실시 중이다. 할인율은 10%로 일반식품, 과자, 음료, 유제품 등 400여종이 대상이다. 매장 간 할인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무인 운영 시간인 밤 12시와 아침 7시 사이다. 이마트24는 현재 할인 품목 확대도 검토 중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심야 시간 무인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야간 매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아직까지는 테스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성이든 가격이든 사람들이 무인 편의점을 찾게 만들 이유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실제 야간 시간 대학가 인근의 매장에는 자취 중인 대학생들의 발길이 적잖게 이어졌다.
점주 A씨는 곧 무인 편의점이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의 무인 편의점은 술 담배 매출과 인건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보안과 결제 기술 등의 발달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며 “적어도 미래의 편의점에서 계산만큼은 더 이상 사람이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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