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산정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해당 업무에 대한 명확한 내부지침이 없어 ‘깜깜이 심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공사 도급순위와 담당자 재량에 따라 분양가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산정 방식 등에 대해 무지했다며, 한 발 뺀 입장을 고수했다.
제보에 따르면 최근 강북종합시장 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강북종합시장주식회사’는 HUG로부터 분양가 1540만원을 통보받았다. 당초 시행사가 제시했던 분양가는 2010만원이었다. 같은 강북구에서 지난해 11월 분양한 ‘꿈의 숲 한신더휴(3.3㎡당 1999만원)’를 기준으로 책정한 분양가다.
통상 사업체들은 HUG에 분양가 심사를 의뢰할 때, 비교사업장을 근거로 분양가를 정해 제출한다. 비교사업장 기준은 ‘해당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중에서 입지·단지규모·브랜드 중 2가지 이상의 유사 기준을 충족한 단지’다.
하지만 HUG는 해당 분양가를 거절했다. 대신 옆 도봉구에서 2014년 4월 준공한 ‘북한산 코오롱하늘채(3.3㎡당 1459만원)’에 맞춰 최종 1540만원으로 할 것을 알렸다.
시행사는 항의했다. 비교사업장으로써 한신더휴가 더 적합한 단지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실제 수유팰리스와 한신더휴 모두 같은 강북구에 위치해 있다. 가구수도 수유팰리스(216가구)와 한신더휴(203가구)가 코오롱하늘채(293가구)에 비해 유사하다. 코오롱하늘채는 근처에 대학교와 고등학교 한 곳이 추가 존재키도 했다.
시행사는 “비교사업지 선정 우선원칙이 동일 관내인데 HUG는 관외 지역에서 찾았다”며 “또 입지적으로도 더 탁월한 코오롱하늘채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HUG는 시공사 브랜드 차이를 근거로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한신더휴 시공사 한신공영은 16위, 수유팰리스 시공사 대원은 57위이기 때문에 분양가가 차이가 난다는 것. 시행사는 “시공사 도급순위가 중요하단 건 공기업이 대형건설사의 시장 지배력을 조장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담당자 재량에 따른 금액 산정도 문제가 됐다. 시행사는 “담당자가 지침에 따르면 당초 분양가는 1300만원대지만 재량을 발휘해 조금 높게 산정했다고 말했다”며 “이런 재량이 시스템에 반영 가능하다면 담당자만 잘 상대하면 분양가의 합법적 인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일련의 HUG 측 주장들은 분양가 산정 내부지침 부재에 대한 방증인 셈. 현재 HUG는 분양보증 내부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내부규정이고 심사절차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며 “심사는 보증회사 고유의 영역이고 일종의 업력이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분양보증 업무에 대해선 한 발을 뺀 입장을 고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분양보증 관련 내부지침이 따로 마련돼 있진 않다. HUG가 자체적으로 지침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국토부의 업무는 관리·감독 차원”이라며 “HUG 업무영역을 국토부가 바꾸라 마라 하는 것은 또다른 갑질일 수 있다. 제도개선에 대해선 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북종합시장정비사업은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5110㎡) 부지에 주상복합을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15층 2개동, 10층 1개동 등 총 3개동 216가구 아파트와 지하 3층~지상 1층 판매시설이 포함된다. 지난해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지난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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