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해외 입국자가 증가하면서 KTX 승무원과 이용객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 입국자의 열차 이용에 대한 지침이 허술한 데다 미국이나 유럽 이외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KTX 승무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열차에 탑승하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느 나라에서 온 승객이 몇 명 탑승하는지, 또 이 승객들이 어디에서 내리는지 등을 모른 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탑승시간이 임박해서야 무전으로 몇 명이 탄다는 사실만 알려올 뿐이다.
외국에서 온 승객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격리 객차’에 타고 있는 일반 승객에게 제대로 안내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해외 입국자를 위한 격리 객차를 지정한 것은 지난달 28일부터인데 이보다 앞서 발권한 승객이 있어 승무원들은 일일이 직접 대면해 해외 입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일부 승객은 승무원의 설명에도 “그냥 타겠다”고 해 해외 입국자와 일반 승객이 뒤섞여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
격리 객차에서 일하는 승무원이 제대로 된 보호장구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 승무원은 8일 “보안경과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일하는데 솔직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승무원들 사이에선 “혹시 전염될까봐 너무 무섭다”는 걱정도 쏟아진다.
해외 입국자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어 벌어지는 황당한 일도 있다. 한 승무원은 “해외에서 온 승객이 격리 객차에 짐을 놓고 내렸는데, 일반 객차에서 일하는 승무원에게 짐을 찾아오라는 지시가 내려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격리 객차 승객이 아무런 제지 없이 일반 객차에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지난 1일 KTX를 이용했던 김모씨는 “격리 객차에 있던 한 남성이 일반 객차에 들어왔는데,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돌아갔다”고 했다. 김씨는 “바로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했더니 ‘지자체에 신고하라’는 말만 하더라”며 “시속 300㎞로 이동하고 있는데 지자체에 신고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유럽 이외 해외 입국자들은 격리 객차 의무 탑승객이 아니라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노조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곳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사실상 철도 이용에 아무 제약이 없다”며 “이게 무슨 해외 입국자 격리 정책이냐”고 반문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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