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격리시설로 활용되던 중국 푸젠성의 한 호텔이 무너져 70여명이 매몰되고 10명 이상이 숨졌다. 격리 호텔 붕괴로 현재 중국 전역에 지정 격리된 한국인 1000여명의 안전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15분쯤 푸젠성 취안저우시에 있는 7층짜리 신자호텔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격리자와 의료진 등 71명이 매몰됐으며, 8일 오후 4시 현재 48명이 구조됐다.
건물은 순식간에 붕괴됐다. 옆 건물 주차장 CCTV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15분54초쯤부터 진동과 함께 붕괴가 시작돼 완전히 무너지는 데 2~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극적인 사연도 전해졌다. 붕괴 현장에서는 지난달 1살짜리 영아가 아버지 품에 안긴 채 구조됐다. 친지에 따르면 아이 아버지가 호텔에서 아이를 안고 노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들 대화방에 올리자마자 건물이 무너졌다.
아버지는 마침 안고 있던 아이를 두 손으로 감싸고 필사적으로 품안 깊숙이 끌어당겼다. 구조 순간에도 아이는 아버지 품에 있었다. 아이 옷에 부모의 피가 묻어 있었으나 상처는 없었고, 부모도 경상만 입었다. 이들은 이틀 후 격리가 해제될 예정이었다.
12살 소년이 어머니와 함께 구조된 사연도 중국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오전 11시24분쯤 15시간 넘게 건물 잔해에 깔려 있던 12살 소년은 구조되며 “엄마가 살아 있어요. 제 발 밑에 있어요”라고 외쳤다. 소년의 어머니는 오후 3시가 넘어 철제 구조물에 하반신이 깔린 채 발견됐다. 그가 잔해더미 밖으로 나온 것은 4시40분쯤이었다. 몇 시간 동안 구조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중국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붕괴된 신자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100위안(약 1만7000원)가량으로 저렴하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일시 격리하는 시설로 활용됐다.
붕괴 사고는 무리한 증축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물이 지어진 2013년에는 1층과 7층 외 나머지 층은 완전히 비워진 상태였는데, 2017년부터 증축 공사가 진행돼 2~6층 공간에 66개 객실을 갖춘 신자호텔이 새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호텔 건물 1층의 빈 슈퍼마켓 점포에서 개조 공사를 하던 현장 근로자들이 기둥 변형 현상을 발견하고 건물주에게 전화로 알렸지만 불과 3분 만에 호텔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현지 당국은 건물주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취안저우시에서 격리된 한국인 3명은 신자호텔에서 30㎞가량 떨어진 밍리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안저우시에서 격리 중인 한국인 사업가 박모씨는 “지금 있는 호텔도 낙후돼 자가격리 전환을 도와 달라고 영사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베이징, 상하이, 장쑤성 난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한국인 1083명이 지정된 호텔 등 ‘집중 관찰 시설’에 격리돼 있다.
중국이 현재 운영 중인 격리시설의 여건은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다. 일부 지역은 손님이 없어 거의 비어 있는 5성급 호텔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냉난방이 안 되거나 청결 상태가 열악한 3성급 호텔을 ‘징발’해 격리된 교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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