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료산업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민간기업의 관심도가 낮았던 신종 감염병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빠른 진단키트 개발 및 보급을 통한 대응능력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감염병과 관련된 R&D(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해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충북 오송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만난 권덕철 원장은 사회적 재난이 될 수 있는 ‘신종감염병’ 치료기술 개발에 집중,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보건 향상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감염병에 대응키 위한 산업계 지원에 나서겠단 포부다.
이런 방침을 반영하듯 올해 진흥원의 보건의료 R&D예산 4100억 원 가운데 250억 원이 감염병 예방치료기술 개발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또 미해결 치료제 도전 기술개발에 74억 원을, 특히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질환 치료제 개발에 12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매개체 전파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제에는 15억 원을 배정했다. 이와 함께 방역연계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ICT 기술 활용 자가격리자 및 접촉자 관리 시스템 시범사업 및 개선연구’에 11억 원을 책정한데 이어 오는 4월 출범하는 백신상용화기술개발사업단 지원에 119억5000만 원을 배정했다.
권 원장의 계획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지원으로 민간기업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국적기업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분야”라며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화 된 나라에서 신종감염병은 계속 유입될 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공공이 안 하면 민간기업의 투자도 쉽지 않다”고 당부했다.
권 원장은 ‘의료현장 맞춤형 진단기술 개발’에도 약 52억 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의 진단키트 덕분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처럼 키트 개발도 빨랐다”면서 “국내 스타트업의 의료기기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기술이 있으니 이를 고도화해 정확도를 높인다면 국제적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지금도 몽골이나 카자흐스탄 등으로는 우리 기업이 개발한 진단키트가 진출해 있다. 미국으로 가려면 FDA를 통과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데 이번에 보여 주었던 우리의 대응능력이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권 원장은 기업의 감염병 R&D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 지원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본다. 그는 “아직 감염병 관련 R&D는 경쟁력이 높지 않지만, 이 분야는 사회적 재난을 대비하는 인프라인 만큼 국가가 지원하는 예산규모도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며 “당장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메르스 사태 당시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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