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500만장의 마스크가 공적 판매처를 통해 풀리고 있지만 마스크 품귀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세에 사재기가 겹친 탓이다. 수출통제, 단속 등 해법을 찾던 정부는 약국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처방약을 약국에서 확인해 중복 투약을 막는 시스템)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현직 약사 박상훈(49)씨. 그가 지난 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출발이었다.
박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DUR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DUR을 활용하면 마스크를 못 살까봐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약국은 곳곳에 있으니 특정 지역에 몰리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환자가 A약국에서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같은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았다면 A약국은 이를 DUR에 기록해 다른 약국에서 볼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이 환자가 B약국에서 다시 진통소염제를 처방해 달라고 하면 그 약국 약사가 보류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마스크를 등록하면 개인별 마스크 구매 수량을 통제할 수 있다.
의료 정책과는 무관한 그가 DUR을 떠올린 건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박씨는 “마스크는 하루에 200개 정도 들어오는데 20분이면 동난다. 필요한 사람이 사간다면 괜찮은데 정작 동선이 넓어 마스크가 필요한 젊은 직장인들은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복 구매가 정말 많다. 우리 약국에도 한 할머니가 오전에 마스크 5개를 사가더니 오후에 다시 와서 5개를 달라고 하더라. 오전에 안 왔다고 우기면 안 팔수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때 박씨가 떠올린 게 대만의 마스크 분배 시스템이었다. 대만은 온 국민이 1주일에 2개씩 약국에서 마스크를 공평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박씨는 당장 도입 가능한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DUR이 완벽하게 작동되는데 2~3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박씨는 “DUR에 마스크 항목을 신설하면 각 약국에서 마스크 구매자, 구매 수량을 입력한다.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사재기를 통제할 수 있다”며 “등록에 필요한 여러 절차가 있겠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마스크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DUR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DUR이 마스크 대란의 근본적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국민도 정부에 격려를 보내면 좋겠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마스크 절대량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은 지적했다. 박씨는 “물량만 확보된다면 DUR이 효과를 보겠지만 초기 물량이 부족하다면 실패할 여지도 있다”며 “마스크 품귀현상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이홍근 객원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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