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한 대구에선 방역 및 소독 비상까지 걸렸다. 확진자 이동경로 방역 작업에는 민간업체들까지 모두 동원됐는데, 소독 물품과 방호복 재고가 동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방역협회 대구지회장을 맡고 있는 안인술(58)씨는 최근 친척들과 함께 확진자 동선 방역 작업을 시작했다. 당장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방역 작업에 함께 나서겠다는 직원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이 많을 때만 잠깐씩 도와주던 형과 조카, 매제까지 모두 불러들였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현장 검체조사를 하고 자치구 보건소에서 방역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인력이 모자라 대구시 등록 청소·방역업체에 의뢰해 방역을 하고 있다.
안씨는 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보건소 의뢰를 받고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 개인 병원, 식당 등에 대해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파속도가 너무 빨라 다들 심각해 하고 있다”며 “소독약 원자재를 외국서 수입하다 보니 물품이 부족하고 현재 다 떨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제품을 받지 못한 지 2주가 넘었다. 그동안 보유했던 거로 쓰고 있다”며 “당장 방호복과 마스크도 부족해 소독한 뒤 재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씨는 전날 오후 11시까지 일하며 입었던 방호복을 소독해 이날 다시 입었다고 한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소독약 원료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 다른 지역을 통해 비상분만 확보한 곳도 많았다. 대구 달서구의 한 방역업체는 “매일 밤 소독약 업체 전화를 다 돌렸다. 공장도 찾아가고 발품을 팔아서 겨우 구했다”며 “자체 방역을 해야 하는 아파트나 위탁관리를 하는 업체들은 약품 자체를 확보 못 한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동구의 한 업체 관계자도 “당장 얼마간 작업할 정도의 소독약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방역업체에 부탁해 구매를 해서 겨우 확보했다”고 말했다.
작업 환경도 열악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업에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자 “조용히 방역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공간에서 방호복을 갈아입고 밤늦은 시간에 작업하는 일도 생겼다. 방역업체 관계자는 “보통 방호복을 입고 소독을 하는데 그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이라고 소문이 난다”며 “‘죄인 취급’을 하니까 남들이 잘 보지 않을 때 몰래 작업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유나 김판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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