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보다 확산 속도도 더 빠르고, 증상도 다양해 대응이 어렵습니다. 시간적 압박감이 적지 않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방에서 일하는 역학조사관들은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때보다 더 숨 가쁘게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발생 증상이 다양하고, 기존 사례에서 벗어난 케이스가 발견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2팀장은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굉장히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감염병은 신고를 받고 다음 날 출동해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코로나19는 접수를 하면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간적 압박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팀장과 같은 역학조사관들은 쉴 틈이 없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24시간 이내에 현장조사와 확진자 역학조사에 나선다. 발생 신고가 들어오면 기초역학조사 분석을 하고, 파악된 접촉자는 자가격리한 뒤 증상 발생 여부 등을 체크한다. 5~10명으로 구성된 출동팀은 현장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확진자 동선 파악, 데이터 관리, 현장 조사·대응을 한다. 이어 오후 8시쯤 조사 결과를 점검하고 다음 계획을 짠다. 박 팀장은 “24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평가와 계획수립, 점검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보나 상황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역학조사관이 현장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고,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있다. 실제 일본을 다녀온 6번 확진자와 태국여행을 다녀온 후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18번 환자는 역학조사관들도 감염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 박 팀장은 “일본을 갔다 와서 초기에 몸살, 감기 증상이 있다고 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쉽진 않다”며 “과도한 대응이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환자들의 동선, 접촉자 파악도 매번 쉽지 않지만 최대한 빨리 해내야 한다. 이들은 CCTV 분석, 카드사용내역, 휴대전화 위치 추적, 당사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확보해 동선을 확인한다. 박 팀장은 “CCTV에도 사각지대가 있어서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평가할지 어렵다”며 “진술이 불명확하거나 카드사용내역으로 확인이 어려우면 하루종일 (CCTV를) 뒤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른 시간 안에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역학조사관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중앙본부에 40~50명, 지방까지 합하면 70명의 역학조사관이 일을 하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와 양성이 필요하고, 특히 지방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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