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 당국이 감염 의심자의 ‘중국 방문력’만 따지다가 16·17번 확진환자를 조기 발견할 기회를 번번이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을 방문했던 16번 확진자는 발열, 기침 증상이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의심하고 지난달 27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문의했지만 중국 방문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감염 검사를 받지 못했다. 보건소나 상급 병원인 전남대병원에도 들렀지만 마찬가지 답을 듣고 집으로 돌려 보내졌다.
5일 질본과 광주시에 따르면 16번 확진자(42·한국 여성)는 태국 가족여행을 마친 후 발열과 폐렴 증상으로 지난달 27일 광주21세기병원을 방문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이 환자의 해외 방문 이력과 증상을 확인하고 질본 콜센터 1339에 전화를 걸어 ‘신종 코로나 초기 증상과 유사하다’고 상담했다. 그러나 상담원은 ‘현 지침상 중국 방문 이력이 있어야 의심 환자로 분류된다’고 답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의료진이 광주 광산구보건소에도 연락했지만 마찬가지 답이 돌아왔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당시 보건소에서 태국에 다녀와서 열이 나는 건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기계적인 답변을 드렸다”고 인정했다.
16번 확진자는 같은 날 저녁 선별진료소가 있는 전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전남대병원 측도 ‘중국 방문 이력’을 따졌고 그는 혈액 검사 후 약만 처방받고 귀가했다. 결국 그는 고열과 호흡곤란 등 심한 통증을 보여 지난 3일 전남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나서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받았다.
5일 확진된 17번 환자(37·한국 남성)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4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그는 열이 나 26일 한양대구리병원 선별진료소로 갔지만 중국 방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순 폐렴 검사만 받았다. 이후에도 열이 내리지 않아 동네 의원 두 곳을 방문했지만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질본은 지난 4일부터 중국 방문 이력이 없어도 의료진 자체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선 의사들도 어느 정도 정부 지침이 있어야 움직인다”며 “검사 대상자 기준에 맞지 않는 환자라도 하급 병원 의료진의 판단을 선별진료소에서 참고하도록 지침이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방문자에게만 적용되는 검사 대상자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검사 시약 물량’이 한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례브리핑에서 “검사를 하려면 시약, 장비,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민간에선 50여곳만 조건에 충족한다”며 “위험 가능성이 높은 중국 방문자를 우선순위로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단검사 가능 인원은 하루 2000명 선이다.
정 본부장은 “의료진이 환자의 중국 이외 국가 방문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7일 검사 대상자 기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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