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등학교이 되는 예비 고교생과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이라면 요즘은 본격적으로 새 학기 설계에 들어가는 시기다. 두 학년은 2015년에 바뀐 고교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하게 된다. 이 교육과정은 1학년까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졌다. 밑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서울대가 최근 개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서울대는 서문에서 “고교 생활이 알차게 이루어지길 바라고 자연스럽게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학종의 총본산’이라 불릴 정도로 학종에 애착을 갖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이 실시하는 학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서울대 지원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료다.
가이드북은 고교생이 가질 만한 질문에 여러 전공의 서울대 재학생이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크게 네 가지 질문에 답한다.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나요’ ‘학교에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하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고교시절 어떻게 공부했나요’이다. 질문과 답변 과정을 읽어보면 이 대학이 어떤 인재를 뽑아왔고, 어떤 학생을 선발할지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학교에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부분이 주목된다. 당장 고교 2학년이 직면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현장에선 2015 개정 교육과정대로 과목 선택권이 늘어나진 못했다. 고교마다 개설되는 과목이 천차만별인 실정이다. 가이드북은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포기하는 것도 서울대가 바라는 인재의 모습이 아니다”며 대략 6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독서다. 철학과 P학생은 “전공 지식은 어차피 대학에서 공부하니 공부하기 위한 기초와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는 데 집중하라”면서 “그래도 미리 공부해두고 싶다면 역시 관련 분야 독서가 가장 좋다”라고 설명한다. 경제학부 S학생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경제수학’ ‘경제’ ‘실용경제’ 등 경제학을 맛볼 수 있는 과목이 있지만 이러한 과목을 고교에서 수강하지 않았더라도 수학 국어 영어 실력이 탄탄하다면 경제학을 전공할 수 있다”면서 “너무 전문적인 경제학 서적을 억지로 읽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로 많이 꼽은 방법은 신문 읽기다.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방법 하나가 사설을 읽고 이에 대해 요약하고 제 생각을 적는 연습이다.”(자유전공학부 P학생) “학교에 매일 여러 언론사의 신문이 배달되어 아침마다 신문을 읽었는데 사회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과 논거를 내세우는 사설을 읽으면서 글의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을 했다.”(언론정보학과 P학생) “경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이나 주간지 읽기를 권장한다.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고교생도 기사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경제학부 S학생)
영화나 드라마, 웹툰을 추천하기도 한다. 언론정보학과 P학생은 “사실 저는 분량이 방대한 글을 읽는 것이 버거워 웹툰이나 영화를 보고 인상 깊은 대사나 장면을 서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친구들과 소소하게 수다를 떨었다”면서 “평소 접하는 여러 형태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면 문학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서핑을 강조한 학생도 있다. 언론정보학과 K학생은 “선생님은 학교에 있지만 학교에만 선생님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누리집(홈페이지)에 들락거리며 혼자만의 공부를 했다. 가령 문법이나 작문 과목을 충분히 공부하기 어렵다면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활용했다. ‘정치와 법’을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는 ‘찾기 쉬운 생활법령’ 사이트, ‘한국지리’ 정보로 가득한 국토지리정보원 등도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MOOC) 서비스를 권하기도 한다. “무크는 미국 대학교 강좌를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한국형인 케이-무크(K-MOOC)도 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서울대를 포함한 국내의 다양한 대학교에서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제공한다.”(자유전공학부 H학생) “케이 무크, 스누온(SNUON)을 통해 교수님들의 실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인터넷 강의로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 공부하는 데 수월하다.”(산업공학과 C학생)
교사를 끌어들이는 동아리나 동급생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피어튜터링도 효과적이라는 학생도 있다. 자유전공학부 K학생은 “자연계열로 진로를 정한 학생이 사회나 외국어를 더 공부하고 싶으나 수강하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듣고 있는 친구와 서로서로 지식을 교환하는 방법도 좋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매우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자유전공학부 학생의 조언이 특히 눈에 띈다. 이 학생은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은 학문의 영역이 독립적으로 명확하게 분리된 경우가 거의 없다. 직접적으로 다루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과목에서 배운 걸 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해야 하는가?’란 주제를 예로 들면서 ‘정치와 법’이란 수업이 개설되지 않았더라도 ‘윤리와 사상’이나 ‘고전과 윤리’ 등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해답에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서어서문학에서도 세계사 지식이 도움이 되었던 적이 많았다. 이런 응용력을 기를 수 있다면 오히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창의적 문제 접근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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